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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야구 출신 첫 메이저리거 야수가 나올까?'
사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가 국내 구장을 찾는 것 자체는 더이상 놀라운 일도 아니다. 더욱이 지난해에는 한화 류현진을 집중 체크하기 위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빈번히 국내 구장에 자주 모습을 나타냈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이날 이들이 누구를 보러 나타났느냐다. 당연히 처음엔 올시즌을 끝으로 FA가 돼 해외 진출을 노리는 삼성 마무리 투수 오승환을 보기 위해 왔을 것이라고 대부분 생각했다. 그런데, 깜짝 놀랄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메이저리그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 가운데 디트로이트의 케빈 후커 동북아시아 담당 스카우트 팀장이 주목한 선수는 오승환이 아니라 넥센 히어로즈 유격수 강정호였다. 지금까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한국 구장에 나타난 것은 늘 투수를 체크하기 위해서였던 것임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평소 타격 스타일도 메이저리그 냄새가 강하게 풍긴다. 배트 스피드가 빠르고, 스윙이 호쾌하다. 중심이 무너졌을 때도 공을 배트 중심에 맞히는 컨택트 능력이 뛰어나다. 또 손목 힘이 강해 장타 생산이 가능하고, 직구뿐만 아니라 변화구 대처 능력이 좋다. 투수 유형에 따라 기복을 보이지 않는 것도 눈에 띈다.
커리어 하이였던 지난해 타율 3할1푼4리, 25홈런, 82타점을 기록하며 박병호 이택근과 함께 히어로즈 타선을 이끌었다. 올해도 4일 현재 8홈런, 31타점으로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4일 경기에서도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2회말 첫 타석에서 메이저리그 출신인 삼성 선발 로드리게스의 150㎞짜리 직구를 통타해 좌측 펜스를 넘기는 130m 초대형 홈런으로 연결했다.
강정호의 별명은 '한국판 로드리게스'다. 강정호는 "타점에는 욕심이 있다. 알렉스 로드리게스처럼 투타가 모두 뛰어난 유격수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한다.
1987년 생인 강정호는 류현진과 동갑내기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금메달을 목에 걸어 군 문제까지 해결했다.
하지만 당장 메이저리그에 나갈 수는 없다. 지난 2006년 현대에 입단한 후 2008년부터 주전으로 뛰기 시작, 내년 시즌이 끝나야 7년을 채우게 돼 구단의 동의하에 메이저리그 포스팅에 응할 수 있는 신분이다.
그러나 좀더 빨리 일이 성사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비록 구단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스타이기는 하나 히어로즈는 다른 팀보다 선수 이적에 비교적 개방적이다. 류현진의 성공 사례도 있기에 포스팅 액수만 충족시킨다면 메이저리그 진출을 막을 이유가 없다. 강정호가 메이저리그 도전에 강한 의지를 보인다면, 구단에선 길을 열어줄 가능성이 크다.
메이저리그에도 타격 능력을 갖춘 수준급 유격수는 드물다. 보스턴의 경우 스테판 드류(30)가 주로 유격수로 출전하고 있는데, 시즌 타율이 2할1푼3리에 불과하다. 디트로이트는 주전 유격수 조니 페랄타(31)가 초반 타율 3할3푼2리를 기록하며 선전하고 있지만, 통산 타율이 2할6푼7리에 불과하다. 페랄타는 올시즌이 끝난 뒤 계약이 만료된다. 물론 강정호가 두 팀에 간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그만큼 강정호의 활용 가치가 크다는 얘기다.
만약 강정호가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면, 국내 프로야구 출신 첫 야수 메이저리거 탄생이다. 추신수(신시내티)와 최희섭(KIA)은 아마 시절 미국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성장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선수들이다.
목동=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