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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봉패 0’ LG, 그냥 물러서지 않는다

박아람 기자

기사입력 2013-06-04 09:07 | 최종수정 2013-06-04 13:48


사진 :
5월 26일 잠실 SK전에서 0:0으로 맞선 9회말 끝내기 2루타를 터뜨린 LG 정의윤

프로야구 중위권 판도가 혼전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LG와 롯데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3위부터 6위까지 4개 팀이 0.5게임차로 좁혀져 있습니다. 매 경기마다 순위가 뒤바뀌는 흥미진진한 6월초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상승세가 두드러지는 LG의 올 시즌 행보 중 눈에 띄는 것이 있다면 유일하게 영봉패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LG를 제외한 나머지 8개 구단은 최소한 1회 이상 영봉패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KIA가 가장 많은 5번의 영봉패를 기록했으며 삼성, SK, 한화가 3번, 넥센, 두산, NC가 2번, 그리고 롯데가 1번의 영봉패를 기록 중입니다.

128경기의 페넌트레이스를 치르면서 패배는 일상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선두권의 삼성과 넥센의 승률이 6할 대 중반이라는 사실은 가장 승률이 좋은 팀조차도 10경기를 치르면 3경기는 패배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합니다. 3연전 시리즈의 최상의 시나리오는 3연승, 즉 스윕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기에 항상 2승 1패를 노립니다. 기본적으로 패배를 상정하는 것입니다. 프로야구팀에 있어 패배는 매 공격 이닝마다 반복되는 아웃 카운트처럼 항상 따라다니는 것입니다.

하지만 패배할 때도 어떻게 패배하느냐 하는 내용이 중요합니다. 투수진의 입장에서는 불펜의 필승계투조가 출격해 앞서고 있는 경기에서 역전패하는 것이 가장 뼈아픕니다. 특히 마무리 투수가 블론 세이브 패전이라도 기록하면 팀 전체에 미치는 후유증이 상당합니다.

타선의 입장에서는 영봉패가 가장 뼈아픕니다. 한 경기마다 최소한 3번의 기회는 오기 마련인데 한 번도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득점에 실패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선발 투수 1명에 의해 당하든, 아니면 상대 선발 투수와 불펜의 계투에 의해 당하든 무득점 패배를 당하고 나면 팀 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합니다. 자칫 다음 날 경기까지 타자들의 타격감이 잦아들 수도 있습니다. 1점이라도 뽑아 상대 불펜 투수를 한 명이라도 더 끌어내는 것이 다음 날 경기에 유리하지만 무득점 패배는 상대가 투수를 아낄 수 있다는 점에서도 부정적입니다.

인기를 생명으로 하는 프로야구의 본질을 감안해도 영봉패는 부정적입니다. 야구장을 찾거나 TV 등을 통해 관전하는 팬들에게 실망을 안기기 때문입니다. 일찌감치 선발 투수가 무너져 대패하는 경기조차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야구팬들이 많은 것은 단 자신의 응원팀이 1점이라도 뽑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5월 26일 잠실 SK전에서 0:0으로 맞선 9회말 정의윤의 끝내기로 2루타로 LG는 1:0의 신승을 거둔 바 있습니다. SK 선발 세든에 눌려 영봉패가 우려될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1점을 뽑아 승리한 것입니다.

6월 2일 광주 KIA전에서 LG는 양현종의 구위에 눌리는 등 8회초 종료 시까지 무득점에 그쳐 있었습니다. 올 시즌 LG가 첫 영봉패를 기록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되는 순간 KIA 마무리 앤서니를 상대로 타선이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해 9회초에만 4점을 뽑아 동점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LG는 10회초 1점을 뽑아 5:4 승리로 대역전극을 완성했습니다.


LG가 올 시즌 영봉패가 없는 유일한 팀이라는 사실은 상대팀의 입장에서도 경계할 수밖에 없습니다. LG의 '영봉패 0'의 행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그리고 팀 성적과는 어떤 상관관계를 이룰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이용선 객원기자, 디제의 애니와 영화이야기(http://tomino.egloos.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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