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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두산과의 경기에서 의문스러운 장면이 나왔다.
두산은 나흘의 휴식으로 중간계투진의 여유도 있었던 상황.
하지만 노경은은 8회 갑작스러운 난조를 보였다. 롯데 손아섭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한 뒤 강민호에게 2B 2S에서 우중간 2루타를 허용했다. 공이 전체적으로 높았다.
홍상삼은 첫 타자 박종윤에게 2타점 좌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노경은의 자책점은 3점으로 늘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8회 투수교체 타이밍이었다. 두산 김진욱 감독은 30일 부산 롯데와의 경기 전 "내 잘못이다. 감독의 욕심이었다"고 했다.
무리하게 보일 수 있는 노경은의 8회 등판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일단 호투하던 노경은이 8회 갑자기 난조를 보인 이유부터 살펴보자. 이날 경기해설을 한 이용철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공을 던질 때 누르는 악력이 떨어진 것 같다"고 했다.
노경은은 릴리스 포인트에서 공을 눌러준다. 때문에 공에 힘이 있다. 하지만 악력이 떨어지면서 전체적으로 공이 높았다는 설명.
손아섭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준 공 4개가 모두 높았고, 강민호에게 안타를 허용한 바깥쪽 슬라이더 역시 높았다.
투수교체에 미세하게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 7회까지 롯데 타자들은 노경은의 공에 타이밍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7회 1사 1, 2루의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노경은은 여전히 강력한 구위로 황재균과 정 훈을 범타처리했다. 이승화의 중전안타도 빗맞은 중견수 앞 얕은 안타였다. 김 감독은 좀 더 정확한 판단을 위해 7회가 끝난 뒤 6회까지 공을 받은 포수 양의지에게 노경은의 상태를 물어봤다. 공을 직접 받는 포수가 그 시점에서 투수의 상태를 가장 잘 안다는 이유. 양의지는 "감독님이 물어보셔서 '별다른 문제가 없다. 여전히 상대 타자들이 타이밍을 제대로 맞추지 못한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여기에 최근 두산은 불펜의 믿음직한 활용이 쉽지 않은 상황.
또 하나의 이유는 노경은의 올 시즌 불운이다. 지난해 12승6패7홀드, 평균 자책점 2.53을 기록한 노경은은 잠재력을 제대로 터뜨렸다. 올해도 시즌 초반 약간 부진하긴 했지만, 별다른 문제는 없다.
그러나 승리와 인연이 없다. 10경기에 출전, 1승4패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경기를 보더라도 5일 LG전(5⅓이닝 1실점), 11일 NC전(6이닝 1실점)23일 넥센전(6⅔이닝 무실점)에서 호투했지만 승리와 인연이 없었다. 최근 페이스를 올리고 있는 노경은이 승리를 거둔다면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탈 수 있었던 상황.
때문에 결국 8회 등판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김 감독이 "감독의 욕심이었다"고 말한 의미.
손아섭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했을 때 한 템포 빠르게 투수교체를 할 수도 있었다. 김 감독은 여기에 대해 "손아섭에게 4구를 허용하긴 했지만, 강민호와의 대결에서 2S까지 가는 과정이 좋았다"고 했다. 투수교체는 사령탑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다. 해당 투수의 상태 뿐만 아니라 상대팀의 적응여부, 그리고 불펜의 상태와 팀 분위기 등 여러가지 변수가 얽혀 있다. 판단이 쉽지 않다. 부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