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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최 정(26)은 '소년장사'다. 가까이서 보면 미소년 같다. 인터뷰 중에도 휴대폰 게임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프로 9년차라고 믿기 어렵다. 그렇지만 그라운드에만 서면 달라진다. 키 1m80, 체중 84㎏의 최 정이 '작은 거인'으로 돌변한다. 만루 홈런을 펑펑 쳐댄다. 핫코너인 3루에선 철벽수비로 물샐틈이 없다. 국내 최고의 3루수다. 전문가들은 국내 내야수 중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수 있는 첫 번째 선수로 최 정을 꼽는다. 그러면서 최 정이 해외 진출 과정에서 좀더 높은 평가를 받기 위해선 홈런수를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최 정은 2010년부터 세 시즌 연속 20홈런 이상을 쳤다. 2011년 20홈런으로 3위, 지난해 26홈런으로 박병호(31홈런)에 이어 2위를 했다. 아직 홈런왕 타이틀을 거머쥔 적은 없다.
최 정은 "홈런 레이스는 신경 안 쓴다. 하지만 아직 못 해본 30홈런을 쳐보고 싶다"고 했다. 그는 전형적인 홈런 타자의 신체조건을 갖고 있지 않다. 대신 최 정은 임팩트가 뛰어난 타자로 평가받는다. 하체의 무게 중심이 흔들리지 않고 허리 회전도 빠르다. 방망이로 날아오는 공을 정확하게 맞혀서 밀고 나가는 팔로우스로가 좋다. 그렇기 때문에 체격이 크지 않아도 장타가 많다. 지난 시즌과 스윙 궤적이 조금 달라졌다. 좀더 아래에서 위로 퍼올리고 있다.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30홈런 이상이 가능하다.
최희섭은 최 정과 비교하면 신체조건이 '골리앗'에 가깝다. 1m96, 99㎏으로 육중하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빅 초이'로 불렸다. 2007년 KIA 유니폼을 입은 후 33홈런(2009년, 2위)이 개인 최고 기록이다. 2011년부터 9홈런, 7홈런(2012년)으로 2년 연속 내리막을 탔다. 잔부상과 동계훈련 부족 때문이었다. 그랬던 최희섭은 이번 시즌 타격폼이 부드럽고 정교해졌다. 스윙은 작아졌지만 더 정확해졌고, 임팩트 순간부터 팔로우스로까지 물흐르듯 자연스럽다. 지난해 최희섭의 방망이는 허공을 자주 갈랐지만 올해는 분명 달라졌다. 지난해 홈런왕 박병호, 강정호 등도 몰아치기가 가능한 강타자들이다.
최 정은 내년 시즌이 끝나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게 된다. SK는 올해 최 정의 연봉을 5억2000만원으로 인상했다. 이미 예비 FA 최 정에 군침을 흘리는 구단이 많다. 해외 에이전트도 최 정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루머도 있다. 인천=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