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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를 뒤흔드는 추신수 대활약의 비결은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3-04-28 17:21


메이저리그 신시내티 레즈의 추신수가 16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팀의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실전훈련에 돌입했다. 추신수가 애리조나 굿이어 볼파크에 위치한 훈련장에서 타격훈련을 하고 있다.
추신수는 지난 12일 신시내티와 1년간 737만 5,000달러(한화 약 80억)에 2013년 연봉 계약을 맺었다. 추신수는 지난해 보다 무려 247만 5,000달러(약 50.5%)나 인상된 연봉을 받아 역대 한국인 메이저리거 가운데 박찬호(1,500만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연봉을 받는 선수가 됐다.
굿이어(애리조나)=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02.16/

'추추트레인'의 엔진은 연비만 뛰어난 것이 아니다. 마력도 상상 이상으로 뛰어났다. 35경기 연속 출루로 메이저리그를 뜨겁게 달궜던 신시내티의 '추추트레인' 추신수(31)가 이번엔 홈런포까지 뿜어냈다.

추신수는 28일 워싱턴 내셔널스파크에서 열린 워싱턴과의 원정경기에 1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시즌 4호 홈런을 터트렸다. 이날 추신수는 팀이 1-6으로 뒤지던 6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상대 선발 댄 해런의 6구째 직구(시속 144㎞)를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겨버렸다. 이로써 추신수는 지난 7일 워싱턴전 이후 21일 만에 시즌 4호 홈런을 날렸다. 35경기 연속출루로 '출루 머신'의 이미지를 심은데 이어 홈런을 위시한 장타력도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준 의미깊은 홈런이다.

팀을 살리는 유틸리티 플레이어, 추신수

당초 신시내티가 추신수를 삼각 트레이드라는 복잡한 방식을 쓰면서까지 데려온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그의 빠른 발과 정확한 타격 능력에 주목해서였다. 마땅한 리드오프가 없었던 신시내티로서는 추신수가 고정 1번 타자자리에서 많은 출루를 만들어내길 기대했다.

신시내티 더스티 베이커 감독은 지난 1월 신시내티 인콰이어러와의 인터뷰에서 "추신수는 타격능력이 뛰어나다. 어떤 볼도 잘 쳐낼 수 있다"며 "생갭다 발이 빠르고, 도루 성공률이 매우 높다. 추신수처럼 잘 치고 잘 뛰는 선수는 매우 드물다. (리드 오프로)리키 헨더슨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추신수는 출루 능력도 뛰어나다"고 극찬하며 추신수를 올 시즌 붙박이 1번 타자로 쓰겠다는 구상을 밝혔었다.

이같은 베이커 감독의 구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클리블랜드 시절 1번 타자뿐만 아니라 3번 등 중심타자로서도 좋은 활약을 보였던 추신수는 붙박이 리드오프로 나선 이후 한층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26일까지 올 시즌 22경기 연속 출루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막판의 13경기까지 합치면 추신수 개인으로서는 35경기 연속 출루의 고감도 활약이다. 베이커 감독이 기대한 바를 100% 충족시키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추신수는 출루율(0.504)에서 메이저리그 전체 1위를 기록 중이다. 이 사실 하나만 봐도 추신수가 특A급 리드오프로서의 능력을 충분히 과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덕분에 추신수의 뒤에 나오는 신시내티 중심타자들의 타점 능력 역시 좋아졌다. 4번 타자를 맡고 있는 브랜든 필립스는 28일까지 22타점으로 타점부문 내셔널리그 전체 2위에 올라 있다. 추신수 역시 19득점을 기록해 이 부문 4위다. 비록 신시내티가 최근 3연패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4위까지 쳐졌지만, 승률이 여전히 5할 이상인데다 1위 세인트루이스와의 승차도 1.5경기 밖에 나지 않아 전체적으로 팀 분위기가 나쁘지 않은 것은 추신수의 활약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뛰어난 선구안, 장타력과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추신수의 능력은 많이 출루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일방장타'도 함께 갖췄다. 클리블랜드 시절 팀의 중심타선을 맡았던 위력이 여전했다. 28일의 홈런 역시 추신수의 뛰어난 선구안과 클러치 능력이 만들어낸 작품이었다. 이날 앞선 두 타석에서 각각 좌익수 뜬공과 중견수 뜬공에 그친 추신수는 세 번째 타석에서도 볼카운트 2S로 몰리며 불리해졌다.

그러나 해런의 3구째 커브를 파울로 걷어낸 뒤 4구 스플리터와 5구 투심 패스트볼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신중하게 볼로 골라내 볼카운트 싸움에서 서서히 주도권을 잡아나갔다. 출루율 1위다운 뛰어난 선구안이 불리한 상황을 유리하게 바꿔준 것이다. 추신수의 끈질김에 지친 해런은 결국 6구째에 포심패스트볼로 정면승부를 했는데, 이는 추신수가 원한 바였다. 추신수는 직구에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수싸움에서부터 추신수가 이긴 것이었고, 그 결과가 홈런이었다.

이 홈런으로 추신수는 시즌 네 번째 아치를 그렸다. 거포들이 즐비한 신시내티 팀내에서도 공동 2위의 기록이다. 뿐만 아니라 추신수는 팀내에서 출루율과 장타율(0.584)이 모두 1위인데다 OPS도 1.089나 된다. 이 역시 팀내 1위다.

10할이 넘는 OPS가 얼마나 대단한 위용을 지녔는지는 메이저리그 전체 타자들의 기록을 살펴보면 된다. 28일까지 20경기 이상 소화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전체 타자 중에서 OPS가 10할을 넘긴 타자는 고작 7명 밖에 안된다. 그 가운데 추신수는 전체 4위다. 이 스탯만 봐도 추신수가 이미 특A급 타자의 반열에 올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9~2010년에 2년 연속 20홈런-20도루를 기록한 추신수의 진가가 신시내티에서 리드오프라는 고정 포지션을 맡으며 더욱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셈이다.

이미 예고된 추신수 미친 활약상

그런데 이런 추신수의 활약상은 결코 일시적이라거나 갑작스러운 현상은 아니다. 메이저리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추신수가 올해 놀라운 활약을 할 것이라는 점이 예측되고 있었다. 미국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인터넷판인 SI.com은 시즌 개막 전인 지난 1월 31일(한국시각) 오프시즌 동안 팀을 옮긴 선수들을 '승자'와 '패자'로 나눴는데, 신시내티로 옮긴 추신수를 '승자'로 평가하며 "추신수가 올해 자신의 커리어하이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 바 있다.

이는 추신수가 원래 갖고 있는 출루능력과 장타력이 타자 친화적인 신시내티의 그레이트아메리칸 볼파크에서 한층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게다가 1번 타자도 추신수에게 이상적인 타순이라고 분석했었다.

신시내티 베이커 감독 역시 이런 분석을 이미 해놓고 추신수의 영입을 적극 추진한 것이다. 이 선택은 결국 정답이었다. 추신수에 대한 이런 예측들은 현재의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추신수의 활약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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