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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얇은 얼음판 위에서 트리플 러츠를 하는 듯하다. KIA 마무리 투수 앤서니가 계속 불안한 세이브를 이어가고 있다. 우격다짐으로 성공은 하고 있지만, 언제 파국을 맞게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어보인다. 앤서니의 세이브는 불안한 행복이다.
하지만 앤서니를 '완성형 마무리'라고 하기에는 아직 부족함이 있다. 타자를 제압할 수 있는 좋은 구위와 1이닝 이상 충분히 던질 수 있는 스태미너, 두둑한 배짱, 그리고 주자가 있을 때의 빠른 슬라이드 스텝 등 A급 마무리로서 갖춰야 할 요건은 다 있다. 그러나 마무리 경험 부족 탓인지 불안한 점을 자주 노출하고 있다.
가장 큰 불안요소는 '얻어맞으면서 세이브를 한다'는 점이다. 마무리가 나서는 상황이라는 게 대부분 뻔하다. 3점차 이내 박빙의 리드를 하고 있는 경기 후반 쯤이다. 아웃카운트는 최대 6개 정도 남은 상황. 살얼음판의 리드에서 마무리에게 가장 중요한 미덕은 바로 '안정성'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렇게 자주 안타를 얻어맞으면서 앤서니는 승계 주자를 홈에 불러들이는 일이 많다. 본인의 자책점으로 기록되지는 않지만, 앞선 투수의 자책으로는 기록돼 평균자책점을 상승시키는 요인이 된다. 게다가 1점을 허용하면서 동점이 되거나 상대팀에 추격의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지난 27일 광주 삼성전에서도 앤서니는 3-0으로 앞선 8회초 1사 2루에서 선발 양현종에 이어 등판했다. 첫 상대인 채태인은 삼진으로 잡았지만, 후속 배영섭에게 초구에 우중간 적시 2루타를 얻어맞아 2루주자를 홈에 들어오게 했다.
이런 식의 불안한 세이브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앤서니가 안타나 볼넷 없이 완벽하게 세이브를 따낸 것은 지난 19일 인천 SK전이 유일하다. 이를 빼놓은 8번의 등판에서는 매 경기에 안타나 볼넷 1개 이상씩 내줬다. 블론세이브도 2번이나 됐다.
물론, 처음으로 붙박이 마무리를 하는 앤서니에게 안타나 볼넷을 하나도 내주지 않고 완벽하게 경기를 끝내라는 주문은 다소 무리한 면이 없지 않다. 아무래도 마무리 투수는 특수하고 부담이 많이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등판하기 때문에 풍부한 경험을 쌓을 수록 가진바 이상의 기량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각 팀마다 붙박이 마무리를 확정지어놓고 계속 쓰는 이유도 그런 맥락에서다. 결과적으로 앤서니 역시 경험부족으로 인한 운용 미숙을 당분간은 겪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본인 스스로도 최대한 주자를 내보내지 않으려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