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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마무리 앤서니, 출루허용률을 줄여야 산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3-04-28 13:10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2013 프로야구 경기가 17일 광주구장에서 열렸다. KIA 마무리 앤서니가 팀이 6-4로 앞선 8회말 1사 3루에 등판해 9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으며 팀승리를 지킨 후 이날 승리투수가 된 소사와 포옹을 하고 있다.
광주=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4.17/

마치 얇은 얼음판 위에서 트리플 러츠를 하는 듯하다. KIA 마무리 투수 앤서니가 계속 불안한 세이브를 이어가고 있다. 우격다짐으로 성공은 하고 있지만, 언제 파국을 맞게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어보인다. 앤서니의 세이브는 불안한 행복이다.

27일까지 앤서니는 시즌 7세이브로 넥센 손승락(9세이브)에 이어 2위를 기록 중이다. 총 9번의 세이브 기회에 나와 2차례는 실패해 세이브율은 7할7푼8리다. 현재 세이브의 숫자로만 보면 앤서니는 뛰어난 마무리 투수처럼 보인다. 지난해 제대로 된 마무리 투수가 없어 블론세이브 전체 1위(18개)를 기록했던 KIA로서는 앤서니의 활약이 고마울 뿐이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의 경험을 통해 KIA 선동열 감독은 붙박이 마무리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블론세이브 숫자를 반만 줄였어도 4강 이상 진출에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프링캠프를 통해 일찌감치 앤서니를 마무리 투수로 낙점했다.

연습경기와 시범경기를 통해 다양한 마무리 수업을 받은 앤서니는 정규시즌 개막 초부터 팀의 주전 마무리로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최근 몇 년간 확실한 마무리가 없었던 KIA가 올해 초반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던 비결 중 하나다.

하지만 앤서니를 '완성형 마무리'라고 하기에는 아직 부족함이 있다. 타자를 제압할 수 있는 좋은 구위와 1이닝 이상 충분히 던질 수 있는 스태미너, 두둑한 배짱, 그리고 주자가 있을 때의 빠른 슬라이드 스텝 등 A급 마무리로서 갖춰야 할 요건은 다 있다. 그러나 마무리 경험 부족 탓인지 불안한 점을 자주 노출하고 있다.

가장 큰 불안요소는 '얻어맞으면서 세이브를 한다'는 점이다. 마무리가 나서는 상황이라는 게 대부분 뻔하다. 3점차 이내 박빙의 리드를 하고 있는 경기 후반 쯤이다. 아웃카운트는 최대 6개 정도 남은 상황. 살얼음판의 리드에서 마무리에게 가장 중요한 미덕은 바로 '안정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앤서니는 이런 상황에 나와 꽤 많이 그리고 자주 얻어맞는다. 앤서니는 27일까지 올해 9경기에 나와 12⅓이닝 동안 13안타를 맞아 7세이브, 평균자책점 2.92를 기록 중이다. 매이닝 1안타 이상은 맞았다는 뜻이다. 볼넷은 4개를 허용했고, 삼진은 13개를 잡았다. 이로 인해 앤서니의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1.38이나 된다. 마무리로서는 매우 높은 수치다. 지난해 세이브 1위인 삼성의 '끝판대장' 오승환의 이닝당 출루허용률은 겨우 0.83이었다. 세이브 2위 프록터(두산)도 1.16이었다. 경기 막판에 안타를 맞든, 볼넷을 내주든 어쨌든 마무리 투수가 주자를 내보내는 건 팀의 입장에서는 불안하고 견디기 어려운 일이다.

특히 이렇게 자주 안타를 얻어맞으면서 앤서니는 승계 주자를 홈에 불러들이는 일이 많다. 본인의 자책점으로 기록되지는 않지만, 앞선 투수의 자책으로는 기록돼 평균자책점을 상승시키는 요인이 된다. 게다가 1점을 허용하면서 동점이 되거나 상대팀에 추격의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지난 27일 광주 삼성전에서도 앤서니는 3-0으로 앞선 8회초 1사 2루에서 선발 양현종에 이어 등판했다. 첫 상대인 채태인은 삼진으로 잡았지만, 후속 배영섭에게 초구에 우중간 적시 2루타를 얻어맞아 2루주자를 홈에 들어오게 했다.

이런 식의 불안한 세이브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앤서니가 안타나 볼넷 없이 완벽하게 세이브를 따낸 것은 지난 19일 인천 SK전이 유일하다. 이를 빼놓은 8번의 등판에서는 매 경기에 안타나 볼넷 1개 이상씩 내줬다. 블론세이브도 2번이나 됐다.


물론, 처음으로 붙박이 마무리를 하는 앤서니에게 안타나 볼넷을 하나도 내주지 않고 완벽하게 경기를 끝내라는 주문은 다소 무리한 면이 없지 않다. 아무래도 마무리 투수는 특수하고 부담이 많이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등판하기 때문에 풍부한 경험을 쌓을 수록 가진바 이상의 기량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각 팀마다 붙박이 마무리를 확정지어놓고 계속 쓰는 이유도 그런 맥락에서다. 결과적으로 앤서니 역시 경험부족으로 인한 운용 미숙을 당분간은 겪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본인 스스로도 최대한 주자를 내보내지 않으려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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