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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김대우, 지금부터 4번 타자 신고식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3-04-28 09:00 | 최종수정 2013-04-28 09:00


김대우가 롯데 4번 타자로 성공할 수 있을까. 부산=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3.14/

김대우(29·롯데)의 스펙을 보자. 광주일고-고려대다. 야구 명문을 두루 거쳤다. 키 1m90에 체중 95㎏. 메이저리그에 갖다 놓아도 빠지지 않는 신체조건이다.

하지만 그는 2012년까지 프로무대에서 보여준 게 없다. 뒤늦게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했다. 2008년 롯데 입단할 때도 우완 정통파 투수였다. 국가대표까지 지냈다. 프로 입단 1년여 만인 2009년 4월 25일 사직 LG전에 선발 등판, 5타자 연속 볼넷을 내줬다. 바로 강판됐다.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 나온 불명예 기록이었다. 이후에도 그는 투수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허송세월을 보냈다. 김대우는 투구 밸런스를 잡는데 실패했다. 2011년 7월말 방망이를 잡았다. 상무 시절 이후 8년 만에 타석에 들어섰다. 박정태 전 롯데 타격 코치 밑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지난해 타자로 1군 무대에서 7타수 무안타. 타자도 생각 처럼 쉽지 않았다. 퓨처스리그(2군)에서 15경기에 출전, 타율 3할6리, 11타점을 기록했다.

박흥식 새 롯데 타격 코치가 김대우를 주목했다. 박 코치는 박정태 코치의 후임이었다. 김대우는 현재 롯데 타자 중 펀치력은 최고다. 힘이 장사다. 롯데는 이대호(일본 오릭스) 홍성흔(두산)이 차례로 빠지면서 '소총 부대'로 전락했다. 로이스터 감독 시절, 홈런을 펑펑 쳤던 그 롯데가 아니다. 그런 롯데에서 경기 전 배팅 훈련을 할 때 관중석으로 타구를 보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수 중 한명이 김대우다.

박 코치는 김대우를 롯데의 새 4번 타자 후보로 점찍었다. 그는 "김대우가 올해 성공하지 못해도 내년에 또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고 말한다. 그 만큼 현재 롯데에서 타선의 중심 축이 될 4번 타자는 김대우라는 것이다.

김대우는 요즘 4번 자리를 굳혀 가고 있다. 롯데 4번 주인은 자주 바뀌었다. 전준우로 시작했다가 김대우 강민호를 돌아 다시 김대우로 왔다. 지금까지는 김대우가 가장 잘 해주고 있다.

김대우는 타율 3할3푼3리(이하 27일 현재), 16안타(2루타 7개, 3루타 2개) 9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득점권 타율이 무려 5할3푼8리로 높다. 최근 3경기 연속 타점 행진을 했다.

전문가들은 김대우가 매우 빠른 속도로 타자에 적응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는 선구안이 좋다. 볼넷을 8개 얻었고, 병살타가 없다. 스윙이 처음 보다 훨씬 부드러워졌다. 눈썰미가 좋아 다른 타자들의 요령을 잘 따라한다.

하지만 아직 김대우에 대한 검증은 끝나지 않았다. 지금까지 상대 투수들은 김대우를 잘 몰랐다. 이름이 낯설었다. 그 만큼 그를 경계하지 않았다. 강타자 손아섭(3번) 다음이라 반사 이익도 있었다. 김대우가 제법 친다는 걸 알게 된 이상, 투수들은 김대우에게 좀더 힘겨운 싸움을 걸어올 것이다.

지금부터 진정한 롯데 4번 타자 대우를 받게 된다. 이제부터 4번 타자 신고식이다. 성공 가능성은 보였다. 일부에선 김대우가 롯데 팀 역사상 처음으로 한 시즌 '20(홈런)-20(도루)'기록을 세울 수 있는 선수로 보고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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