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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류제국은 선동열-최동원의 재림?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3-04-25 17:43 | 최종수정 2013-04-26 07:00



선동열(현 KIA 감독)과 고 최동원.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다시 탄생하기 힘들 것 같던 최고의 라이벌. 두 사람의 맞대결을 소재로 최근 영화까지 제작됐으니 더이상 긴 설명은 필요가 없을 듯 하다. 같은 듯 다른 스타일의 두 우완정통파 투수의 맞대결에 야구팬들 뿐 아니라 전국민이 들썩였다.

이들이 함께 했던 80년대 중반 이후 프로야구는 30년 가까이 그만큼의 '지독한' 라이벌에 목말라 했다.

이제 2013프로야구에서 그 갈증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2001년 고교무대를 평정하며 뜨거운 경쟁을 펼쳤던 광주진흥고 김진우와 덕수상고(현 덕수고) 류제국. 두 사람 모두 우완 정통파에 150㎞가 넘는 강속구를 뿌렸다. 먼 길을 돌아 두 사람이 12년 만에 한국무대에서 만나게 됐다. 흥행요소가 없어져 주춤하고 있는 시즌 초반 프로야구판에 신선한 충격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땐 무승부였다

김진우와 류제국은 지난 99년 각각 광주진흥고와 덕수상고에 입학했다. 입학 당시부터 최고의 유망주로 손꼽힌 두 사람은 곧바로 팀의 주축투수로 활약했다.

전국무대 결승행의 보증수표. 필연적으로 김진우의 광주진흥과 류제국의 덕수는 자주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2학년 때인 2000년, 두 사람이 봉황대기에서 교교시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결과는 대회 MVP를 수상한 김진우가 이끈 광주진흥고의 6대0 완승.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둘이 3학년이 된 2001년 양교의 전쟁은 더욱 뜨거웠다. 선공은 김진우였다. 김진우가 혼자 3승을 따내며 대통령배 우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류제국에게 제대로 된 설욕의 기회가 왔다. 청룡기 결승에서 덕수와 광주진흥의 매치업이 성사됐다. 류제국은 선발등판, 많은 공을 던졌던 김진우는 선발로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8회 구원등판했지만 5실점 하며 상대에 분위기를 넘겨주고 말았다. 결과는 이 경기에서 삼진 12개를 잡아내며 13대9 승리를 이끌며 MVP, 최우수투수상, 수훈상을 휩쓴 류제국의 승리였다.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해외진출설이 나돌았다. 하지만 곧바로 이들의 운명은 엇갈렸다. 류제국이 계약금 160만달러(약 17억8000만원)를 받고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에 입단한 반면, 김진우는 계약금 7억원에 고향팀 KIA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생활 동안 온갖 풍파에 휘말리면서도 야구의 끈을 끝까지 놓지 않은 것도 둘의 닮은 모습이었다.


류제국 "기대된다"는 반응에 김진우는 웃음만 '씨익'

다시는 벌어지지 않을 것 같았던 두 사람의 맞대결. 류제국이 LG 유니폼을 입고 한국무대에 복귀하고, 24일 1군 선수단에 합류하며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아직 엔트리에는 등록되지 않았다. 팀 분위기에 먼저 적응하라는 김기태 감독의 배려. 하지만 1군에 합류시켰다는 자체가 복귀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류제국은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몸상태는 80~90%까지 끌어올렸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만약 류제국이 엔트리에 합류한다면 곧바로 선발로 등판할게 확실하다. KIA의 확실한 선발투수인 김진우와 맞대결이 벌어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양팀은 다음달 17일부터 잠실에서 3연전, 31일부터 광주에서 3연전을 치른다. 그 이후에도 7경기를 더 치러야 하는 양팀이다.

만약, 둘간에 12년 만의 맞대결이 성사된다고 가정해보자. 당사자들은 어떤 느낌일까. 류제국은 "조심스럽다. 하지만 기대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솔직하게 표현했다. 그는 "미국이라면 모를까, 한국은 팀 수가 적어 로테이션이 겹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해 김진우와 만나기를 은근히 기다리는 눈치마저 보였다. 24일 선수단 합류 후 경기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도 목표를 묻자 무심코 "진우만큼은 해야죠"라며 경쟁의식을 드러낸 류제국이다.

창원에서 NC와의 3연전을 치르고 있는 김진우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김진우는 류제국과의 맞대결에 대한 질문을 들은 후 그저 씨익 웃고 말았다. 김진우의 웃음은 과연 어떤 의미를 품은 것이었을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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