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 이호준은 괴물같았다. 드라마같은 홈런 2개였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빛이 바랬다.
1-2로 뒤진 4회 선두타자로 나서 두산 선발 이정호의 슬라이더를 그대로 통타, 가운데 펜스를 넘겨버렸다. 동점 솔로홈런.
두 차례의 좋은 타격은 시작에 불과했다. 2-4로 뒤진 8회. 패색이 짙었다. 그런데 이호준은 두산의 구원투수 이재우의 가운데 실투를 그대로 잡아당겨 좌측펜스를 넘겼다. 극적인 동점 투런 홈런.
이호준은 올해 37세다. 1994년 KIA의 전신 해태에 입단한 베테랑이다. 프로 1군무대에서만 17년째다.
2012년 SK에서 3할, 18홈런, 78타점을 올린 그는 FA(자유계약선수)로 신생팀 NC에 가세했다. 여전히 살아있는 기량과 팀 분위기를 띄우는 쾌활한 입담이 NC의 상징적인 리더로 부족함이 없었기 때문이다. 올 시즌 초반 타격감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타격 사이클이 살아나고 있다. 결국 이날 폭발했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했다. 상대는 두산이었다. 두산은 강했고, NC는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았다.
이호준의 홈런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사실 심리적으로나 흐름 상 NC가 유리했다. 그러나 허무하게 그 주도권을 두산에게 내줬다. 결국 이호준의 극적인 투런홈런을 살리지 못했다.
두산은 9회 결정적인 양의지의 만루홈런이 터지면서 사실상 승부가 결정됐다. 그 과정에서 NC의 보이지 않는 실책이 있었다.
하지만 이호준의 분전은 인상적이다. NC는 부상 중인 나성범이 5월 정도에 돌아온다. 재기를 노리는 손민한 역시 6월에 1군 무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NC는 경기를 치를수록 경험을 쌓으면서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있다. 팀의 리더 이호준의 맹활약은 전력 뿐만 아니라 팀 전체에 보이지 않는 많은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 준다.
그의 드라마같은 동점홈런은 팀의 패배로 빛이 바랬다. 하지만 팀에 그 이상의 무엇을 가져다 줬다. 마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