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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중일 감독이 진갑용을 벤치에 앉힌 이유는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3-04-07 17:37 | 최종수정 2013-04-08 06:23


롯데와 삼성의 2013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1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렸다. 삼성 포수 이지영이 6회말 2사 롯데 김대우의 파울플라이를 잡아내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3.14/

삼성 류중일 감독은 7일 대구 NC전을 맞아 작은 변화를 시도했다. 베테랑 포수 진갑용(39) 대신 젊은피 이지영(27)에게 안방을 맡겼다. 삼성의 선발투수가 1선발인 배영수인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라인업이었다. 그동안 진갑용은 배영수의 전담 포수처럼 배영수가 등판할 때면 어김없이 주전안방을 차지했다. 지난 시범경기는 물론 지난달 30일 두산과의 시즌 개막전 때도 그랬다.

하지만 류 감독은 배영수의 단짝 최고참을 벤치에 앉혔다.

진갑용이 벤치에 앉은 이유는

아무래도 30일 개막전의 아쉬움이 여전히 남았던 모양이다. 그날 개막전에서 선발로 나선 배영수는 치욕의 기록을 작성했다. 한 경기에서 만루홈런을 두방이나 맞았다. 한 경기에서 특정 투수가 만루홈런 2개를 맞은 것은 신용운(삼성)이 2003년 KIA 시절에 기록한 이후 두 번째고, 프로야구 개막전에서는 최초의 불명예였다.

당시 두산전을 복기하던 류 감독은 배영수가 4회 김현수에게 두 번째 만루홈런을 맞기 직전 상황을 아쉬워했다. 2사 1, 2루 상황에서 두산 타자 손시헌이 낫아웃으로 운좋게 살아나가며 만루가 됐다.

배영수의 폭투를 진갑용이 블로킹하는데 실패한 것이 빌미가 됐다. 류 감독은 "기록상 배영수의 폭투지만 교체시켜야 할 정도의 난조는 아니었다. 아쉽게 만루를 허용하면서 흔들린 게 또 홈런을 맞는 불운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개막전 패배 이후 31일 두산과의 2차전에 선발 윤성환의 배터리로 이지영을 내세웠다가 연패를 당했던 류 감독은 7일 배영수 차례가 돌아오자 과감하게 이지영을 선택했다.

보통 특정 선발투수의 전담포수는 다른 팀에 흔히 있는 조합이다. 넥센의 경두 외국인 에이스 나이트의 전담포수는 허도환이다. 사실 허도환은 주전경쟁에서는 박동원에게 밀린 형국이다. 하지만 나이트가 허도환과 호흡을 맞추는 것이 더 편하다고 요청해 나이트-허도환 체제가 유지된 것이다.


이처럼 에이스의 취향에 맞춰 전담포수가 정해지는데, 이날 류 감독은 변화를 시도했다. 류 감독의 이같은 변화는 진갑용에 대한 문책성만 내포돼 있는 게 아니다.

진갑용이나, 이지영이냐

진갑용은 최고의 베테랑답게 볼배합과 상대 타자를 요리하는 노련미에서 으뜸이다. 게다가 팀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리더십이 뛰어나다. 류 감독이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서 진갑용을 주장으로 중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세월의 무게 때문인지 진갑용은 기동력과 공격력에서 살짝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반면 이지영은 삼성이 공격적인 측면을 강화할 때 써먹기 좋았다. 지난해 진갑용이 114경기에 출전해 평균3할7리의 타율을 기록했는데, 이지영도 54경기에 나서 3할4리의 타율로 공격 활용도가 높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지난 시범경기에서 점수를 더 내기 위한 타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지영을 자주 활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삼성은 올시즌 진갑용의 후계자로 이지영을 정착시키기 위해 출전기회를 늘려주기로 했다. 자연스럽게 진갑용의 역할을 넘겨받을 수 있도록 연착륙을 준비할 과정이 필요하다.

류 감독의 변화는 적중했다. 이지영와 호흡을 맞춘 배영수는 7이닝 동안 볼넷없이 6안타 6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개막전에서의 굴욕을 훌훌 털어냈다.

이지영도 공격에서도 제 역할을 해줬다. 0-1로 뒤진 5회말 1사 1,3루에서 동점 적시타를 때린데 이어, 후속 배영섭의 적시타때 홈을 밟으며 4대2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이날 경기 전까지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던 이지영이 3타수 2안타로 기지개도 활짝 폈으니 이날 류 감독의 변화는 최고의 선택이었다.
대구=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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