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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대표팀, 일본보다 대만이 문제다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3-02-06 16:55 | 최종수정 2013-02-07 07:23


2009년 3월 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 1라운드 한국대 대만과의 경기에 1회초 1사 만루서 우월 만루홈런을 친 7번 이진영이 손을 번쩍 든 채 2루를 돌고 있다. 스포츠조선 DB

이번엔 일본 보다 대만이 먼저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열릴 때마다 한국대표팀은 숙적 일본전에 포커스를 맞췄다. 대표팀은 한국을 한수 아래로 내려다 봤던 일본을 상대로 크게 선전했다. 2006년 1회 대회 때는 2승1패, 2009년 2회 대회에서는 2승3패를 기록했다. 비록, 2006년에는 준결승전, 2009년에는 결승전에서 패했지만 일본을 맞아 4승4패로 호각세를 이뤘다. 일본을 상대로 한 선전은 한국야구의 위상을 높였고, 국내 프로야구 흥행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2라운드에서 만날 가능성이 큰 일본보다 대만을 먼저 경계해야 할 것 같다. 한국은 대만, 네덜란드, 호주와 함께 1라운드 B조에 편성됐다. 1라운드 4개 팀이 3경기씩 치러 1,2위 팀이 2라운드에 진출하는데, 문제는 대회 장소가 대만이라는 사실이다. 다른 종목과 마찬가지로 야구도 홈팀은 강력한 홈어드밴티지를 갖고 들어간다. 비록, WBC 조직위원회에서 선임한 심판이 경기를 주관하겠지만, 비슷한 상황이라면 홈팀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한국대표팀은 12일 대만에 도착해 3월 2일 네덜란드와의 1차전에 나선다. 20일 가까이 대만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연습경기를 치른 뒤에 1라운드를 시작한다. 장기 원정에 따른 피로가 쌓일 수밖에 없다. 반면, 대만은 안방에서 비교적 편하게 대회를 준비한다.


양해영 KBO 사무총장은 "2006년과 2009년 대회 때는 첫 라운드가 일본에서 열려 대만과 같은 조건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만에서 1라운드가 진행되기 때문에 우리가 불리할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객관적인 전력상 한국과 대만이 B조 1,2위로 2라운드에 진출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런데 조 1위와 2위는 차이가 있다. 1위로 올라가면 A조 2위를 상대하게 되는데, 일본이 전원 국내 아마추어 선수로 구성된 쿠바에 전력이 앞선다는 평가다. 조 1위로 올라가 A조 2위를 꺾고 B조 2위-A조 1위전 승자를 잡으면 바로 3라운드 진출 확정이다. 2라운드 첫 경기에서 패한 팀은 패자부활자전을 거쳐 1차전 승자전에서 패한 팀을 이겨야 미국에서 열리는 3라운드 4강전에 올라갈 수 있다. B조 1위로 2라운드에 진출해 A조 2위가 유력한 쿠바를 상대하는 게 까다로운 상대 일본보다 여러모로 유리하다. 일본은 스즈키 이치로(뉴욕 양키스), 다르빗슈 유(텍사스) 등 메이저리거가 빠졌지만 최강의 마운드를 꾸렸다.

결국 조 1위는 네덜란드, 호주전에 이어 열리는 3월 5일 대만과의 3차전에서 결정이 날 전망이다. 대만을 잡아야 조 1위가 될 수 있지만 대만의 홈 어드밴티지, 강화된 전력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2009년 WBC 결승전 식전행사에서 한국대표팀의 모습. 스포츠조선 DB
앞선 대회에서 한국은 대만에 2전승을 거뒀다. 2006년에는 2대0, 2009년에는 9대0 완승을 거뒀다. 한국에 밀려 두 번 모두 본선 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한 대만은 설욕을 벼르며 치밀하게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전의 비교적 만만했던 그 대만이 아니다. 더구나 한국은 마운드에서 류현진과 봉중근 김광현 등 간판선수가 줄줄이 빠졌고, 유일한 야수 메이저리거인 추신수(신시내티)도 출전하지 못한다. 1,2회 대회 때보다 전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메이저리그 선수가 빠진 한국과는 달리 대만은 투수 왕첸밍(워싱턴 FA) 궈홍치(시애틀 FA), 외야수 린저슈엔(휴스턴) 등 현역 메이저리거가 3명이고, 천홍원(전 시카고 컵스) 등 3명이 메이저리그를 경험했거나 현재 마이너리그에서 빅리그 진출을 노리고 있다.


먼저 투수진이 눈에 띈다. 왕첸밍은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61승(32패·평균자책점 4.26)을 거뒀고, 2005년 LA 다저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좌완 궈홍치는 13승(17패· 평균자책점 3.73)을 기록한 베테랑이다. 2006년 아메리칸리그 다승왕에 올랐던 왕첸밍은 노쇠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에이스 역할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뤄자런(휴스턴)과 왕야오린(시카고 화이트삭스)도 마이너리그에서 가능성을 모색 중인 유망주다.

야수 중에서는 일본 프로야구 니혼햄에서 뛰고 있는 양다이강이 눈에 띈다. 역대 최약체로 평가받는 한국 대표팀이 역대 최강 전력이라고 평가되는 대만을, 그것도 그들의 안방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대만 외에 1차전 상대인 네덜란드도 막강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예비 엔트리에 올라 있는 28명 중 22명이 미국과 일본에서 뛴 경험이 있다. 빅리그 통산 434홈런을 기록한 앤드류 존스(라쿠텐)와 2년 연속 센트럴리그 홈런왕을 차지한 블라디미르 발렌틴(야쿠르트) 등 강타자들이 포진해 있다.

한국은 2006년 4강, 2009년 준우승을 차지했다. 야구팬들의 눈높이는 최소 4강에 맞춰져 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선 먼저 경계대상 1호로 떠오른 대만을 넘어야 한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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