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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이 선정한 10구단 평가 KT가 앞섰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3-01-09 07:15


KT 이석채 회장과 부영 이중근 회장이 7일 야구회관을 찾아 직접 10구단 창단 신청서를 접수했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프로야구 10구단 유치의 운명은 이제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위촉한 평가위원회로 넘어갔다.

7일 수원-KT와 전북-부영의 10구단 회원가입신청서를 접수한 KBO는 10일 평가위원회 심사, 11일 임시 이사회를 통해 유치 지역과 기업을 결정한다. 프로야구사에 한획을 그을 역사적인 결정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수원-KT와 전북-부영, 양측의 운명은 KBO가 정한 평가항목에서 얼마나 높은 점수를 받느냐에 따라 갈라진다. 평가항목과 배점 등은 모두 비공개 사항이다.

스포츠조선은 야구 전문기자 11명으로 자체 평가위원회를 꾸리고, 6개 항목별 평가기준을 정해 냉정하게 점수를 매겨봤다. 스포츠조선이 정한 평가기준은 KBO 평가위원회의 예상 평가기준을 추린 것으로 ▲프로야구단 지속능력 ▲스포츠단 운영 노하우 ▲인프라 ▲흥행 기여도 ▲야구 저변확대 비전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향후 지원능력 등 6가지다. 각 항목별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평가했다. 10구단 유치 결정은 순수하게 프로야구 발전을 위한 관점에서 이뤄져야 하기에 지역균형발전론, 수도권역차별론 등 정치적 논리가 개입될 수 있는 항목을 배제했다.

스포츠조선 평가 결과 수원-KT가 전북-부영을 50대42로 압도했다. 수원-KT는 인프라를 제외한 5개 항목에서 전북-부영을 눌렀다.

프로야구단 지속능력=수원-KT 9 > 전북-부영 7

프로야구계는 과거 쌍방울과 현대가 재정난으로 해체되는 것을 지켜봤기 때문에 10구단 유치에 나선 기업이 항구적으로 팀을 운영할 수 있는지를 꼼꼼하게 뜯어볼 수밖에 없다. 9구단 NC의 창단과 1군 진입을 놓고 일부 기존 구단들이 반대했던 것도 NC의 기업규모 대비 야구단 안정성에 의문을 가졌기 때문이다. KT와 부영은 야구단 지속성에 대해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부영은 이중근 회장의 강력한 오너체제에서 개인재산을 털어서라도 30년 이상 야구단을 운영할 수 있다면서 KT의 회장 임기제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에 KT는 이석채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과 이사회, 노동조합의 3박자 지지를 받는 체제가 더 건전하고 안정적이라고 강조한다. 프로야구단 지속은 오너, 총수의 의지가 아니라 기업의 의지라는 설명이다. 일단 양측의 유치 열망으로 우열을 가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보자. 두 기업 모두 재계서열이 30위 안에 드는 대기업이라고 해도 결국 규모가 크고 인지도가 높은 KT가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 프로야구단은 연간 300억원의 운영비가 들고 창단과정에서는 1000억원 가량의 투자가 필요하다. 프로의 시장논리에서는 KT가 유리한 것으로 평가됐다. KT는 2011년 기준 자산 32조, 매출액 28조원이었고, 부영은 자산 12조원, 매출액 2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부영도 야구단 운영에 무리가 없는 기업규모지만 비상장기업이라는 점에서 투명성에 마이너스 요인이 됐다.

스포츠단 노하우=수원-KT 9 > 전북-부영 5


이번 6개 평가항목 가운데 가장 큰 점수차가 난 부문이다. KT는 일단 스포츠단 운영에서 검증을 받은 기업이다. 아마추어 비인기 종목인 사격, 여자하키를 비롯해 프로 스포츠로는 농구, 골프, e게임단을 운영한다. 이들 스포츠팀은 KT가 별도로 스포츠단을 두고 전략적으로 운영 관리하고 있다. 스포츠단은 사장급 고위책임자가 총괄하고 각각 단장, 부단장, 사무국장 등으로 체계를 갖추고 있다. 특히 사격, 여자하키의 경우 30년간 사회공헌-지속경영의 일환으로 꾸준히 지원해 한국의 대표적인 효자종목으로 육성했다. 스포츠마케팅 능력에서도 축구국가대표팀, 2002년 한-일월드컵,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을 후원하면서 자체 전문인력을 확보한 상태다. 특히 프로농구 KT 소닉붐의 경우 해체위기에 전락했던 코리아텐더를 인수해 강팀으로 끌어올리면서 프로 스포츠 노하우를 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건설 전문기업인 부영은 이중근 회장의 학교-청소년 위주의 사회공헌 활동 외에는 스포츠와 별다른 인연이 없다. 이 때문에 유치추진위원회에 김봉연 극동대 교수, 박노준 우석대 교수, 이용일 전 KBO 총재권한대행, 이상국 전 KBO 사무총장, 조희준 전 KBO 국제부장 등 야구인을 영입하는 등 약점 보완에 나섰다. 하지만 스포츠단 운영 노하우에서는 아직 검증된 게 없고, 경험 풍부한 KT에 크게 밀린다는 평가다.

인프라=수원-KT 7 < 전북-부영 9

부영측이 6개 평가항목 가운데 유일하게 우위를 점한 곳이다. 10구단의 필수요소인 야구장 확보계획에서 다소 앞섰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전북측은 최근 총 1100억원을 들여 메이저리그급 야구전용구장을 2015년 2월까지 짓는다고 발표했다. 전주 메인경기장이 지어지는 동안 군산 월명야구장을 증축해 2군 경기장으로 쓰고 익산에 연습구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수원은 지난 4일 수원야구장 리모델링 기공식을 갖고 2013년 말까지 총 290억원을 들여 수용규모를 1만5000석에서 2만5000석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일단 당장 필요한 경기장 확보를 위해 실천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수원이 우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수원은 향후 10구단 전용 구장을 추가로 건립하겠다고 청사진을 제시한 상태이고 신축구장을 위해 초기예산 확보, 사업자 선정 등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한 전북과 비교하면 다소 뒤졌다는 평가다. 그러나 전북의 전주구장은 전주종합운동장 부지에 롯데타운을 건립하는 것과 연계된 사업이어서 지역 상인들의 반발 등 민원에 시달릴 우려가 있다. 반면 리모델링하는 수원야구장은 KT가 정보통신 첨단기술을 접목한 신개념 스마트 야구장으로 발전시킬 계획이어서 신축 이상의 효과를 노리고 있다.

흥행성= 수원-KT 8 > 전북-부영 7

수원과 전북 양측 모두 가장 자신있게 강조하는 부문이기도 하다. 4개 연합연고지(전주, 군산, 익산, 완주) 체계를 갖춘 전북과 수원시의 인구수를 기준으로 흥행 가능성을 비교하는 것은 사실 큰 의미가 없다는 게 본지 기자들의 판단이다. 전북은 4개 도시를 합쳐 200만 인구를 보유하고 있고, 수원시는 115만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수원도 전북과 마찬가지로 인접지역을 광역권으로 포함시키면 520만으로 늘어난다. 아무래도 인구수가 관중수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수원은 경기장 접근성에서 전북보다 훨씬 유리하다. 수원경기장은 수원 시내 사통팔달 지역에 위치한 데다, 여러개의 지하철 노선이 통과하기 때문에 손님을 불러들이는데 유리하다.

전주월드컵경기장 옆에 건립될 예정인 전주구장은 시 외곽에 위치해 있다. 접근성 면에서 최악의 입지 조건이다. 향후 전북은 전주구장 완공 이후 별도 교통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하지만 수원에 비해 뒤처지는 것은 사실이다. 더구나 KT는 통신 라이벌 SK, LG와 경쟁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물론 이른바 '지하철 더비'라고 해서 수도권팀들과의 라이벌 구도를 창출할 수 있다. 스포츠에서 라이벌 구도는 곧 흥행이다.

야구저변 확대 비전=수원-KT 8 > 전북-부영 6

인구수를 바탕으로 한 시장규모에서는 수원 광역권이 전북 4개 연합도시에 앞선다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이다. 당연히 아마야구 저변에서도 수원이 우세하다. 국민생활체육회(국체협) 자료에 따르면, 수원의 경우 수원을 포함한 경기 남부권의 야구 동호인은 1623팀, 4만935명이고 전북은 184팀, 4755명이다. 전북의 경우 생체협에 등록하지 않은 동호인이 110팀, 3395명이다. 국체협 기준으로 볼 때 인구 대비 동호인 수가 경기 남부권은 220명중 1명, 전북은 393명중 1명 꼴이다. 야구를 직접 즐기는 순수 동호인이 많은 만큼 야구의 저변를 확대하는데 유리할 수밖에 없다.

아마야구의 현황을 봐도 그렇다. 대한야구협회의 2012년 12월 12일 기준 등록 학교팀 수는 경기도 41팀, 전북이 13팀이다. 경기도는 초등 16팀, 중등 14팀, 고교 6팀, 대학 5팀이며, 전북은 초등 4팀, 중등 4팀, 고교 2팀, 대학 3팀이다. 등록선수 숫자는 경기도가 932명, 전북이 346명이다. 저변 자체도 경기도가 훨씬 크다. 경기도의 인구가 훨씬 많고 광범위하기 때문에 당연히 학교팀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북이 너무 불리하다. 그래서 향후 창단 계획을 짚어봤다. 경기도는 올해만 해도 수원 장안고-의정부 상우고(3월), 시흥 송운초(5월), 평택 태광중-의정부 경민중(11월) 등 5개의 야구팀 창단 계획을 갖고 있다. 전북의 경우 지난 12월 21일 정읍 인상고가 창단된 이후 아직 창단을 준비하는 학교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 지원능력=수원-KT 9 > 전북-부영 8

프로 스포츠에서 연고지는 곧 구단 성공의 중요한 밑거름이다. 연고지 지자체의 지원과 협력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 해당 구단은 업무 추진력이 반감되고 지역 애착심을 잃게 된다. 이는 곧 팬 서비스의 질 저하와 흥행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과거 프로농구 기아 엔터프라이즈가 부산시의 비협조를 이기지 못하고 울산으로 연고지를 옮겨 부산이 한때 프로농구 불모지로 전락한 적이 있다. 오리온스 역시 대구를 떠나 경기도 고양을 새로운 연고지로 삼았다. 이런 실패사례와 달리 수원과 전북은 전폭적인 지원의지를 보이고 있다.

양측 모두 홈 경기장의 광고권과 사용료를 10구단에 위임하겠다는 입장이다. 9구단 NC가 창원시의 대폭 지원을 받은 모델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이같은 10구단 지원으로 인해 지자체의 수입 감소를 감수해야 한다. 그만큼 지자체의 재정능력이 탄탄해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방 재정자립도를 살펴봤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2년 지방 재정자립도에 따르면 경기도는 72.6%로 16개 시·도 가운데 서울(90.2%)에 이어 2위였다. 전북은 26%로 15위다.

수원시만 따로 떼놓고 보더라도 61.5%였다. 아무래도 프로 스포츠는 시장논리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재정이 안정적인 지자체의 지원에 신뢰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극도로 노후된 전주실내체육관을 사용하고 있는 프로농구 KCC가 한때 연고지 이전을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져 전주의 프로 스포츠 지원능력에 의문이 제기됐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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