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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출발 류중일 "2등은 필요없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3-01-09 16:07


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 SK와 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삼성 이승엽과 류중일 감독이 축승회에서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구단 제공 /2012.11.01.



"2등은 필요없다."

9일 경북 경산볼파크에서 시작된 삼성의 2013년 첫 훈련은 삼성 특유의 색깔이 묻어났다.

모기업 삼성그룹이 1등주의를 추구하듯이 구단과 코칭스태프는 프로야구 3연패를 향한 강한 열망으로 뭉쳤다.

이날 오전 간단한 시무식을 가진 뒤 곧바로 훈련에 들어간 삼성은 다른 팀처럼 별도의 체력 테스트는 하지 않았다.

지난 40여일의 휴식기간 동안 선수들이 각자 알아서 몸을 만들어왔을 것이란 전제를 깔고 들어가기 때문이다. 2연패를 달성한 강팀의 프로 선수라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구단과 감독, 선수들은 표현방식만 달랐다 뿐이지 3연패를 다짐했다.

2등은 필요없다

류중일 감독은 이날 훈련 시작에 앞서 선수들에게 "2등은 필요없다"는 말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에 앞서 시무식에서 김 인 구단 사장은 "과거의 영광은 잊고, 새롭게 출발하자"고 당부했다. 류 감독은 김 사장의 신년사에 대해 100% 동감한다고 했다. 류 감독은 "김 사장의 말대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면서 "2연패에 도취되면 부상이 따르게 된다. 은퇴할때가지 부상당하지 않기 위해 긴장 속에서 살아야 하는 게 선수의 숙명"이라고 말했다. 류 감독이 "2등은 필요없다"는 말과 함께 부상 방지를 강조한 것은 역시 1등을 하기 위해서다. "부상을 하게 되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1등을 했으면 또 1등을 해야한다는 각오로 뭉칠 필요가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우승전선 걱정없다

삼성의 올겨울 중요한 변화는 지난해 25승을 합작한 외국인 투수 고든과 탈보트를 포기하고 로드리게스와 밴델헐크를 새로 영입한 것이다. 고든은 선발투수로서 장시간 기용할 체력이 못된다고 판단됐다. 14승을 거뒀던 탈보트의 경우 지난시즌 막판에 부상을 한 것 때문에 올시즌 또 활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을 것 같아서 포기했다. 대신 로드리게스는 빠른 공을 소유하고 있고, 밴델헐크도 니퍼트(두산)와 비슷한 스타일에, 그에 버금가는 성적을 거둘 것으로 평가받은 만큼 용병 교체 후유증은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 삼성의 타선도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채태인과 이승엽을 지명타자-1루수에 번갈아 기용하기로 했고, 타순도 3번 이승엽, 4번 최형우를 축으로 2번 자리에서 정형식 박한이가 경쟁하는 구도라는 게 류 감독의 설명이다. 류 감독은 좌-우타자 배치방식은 스프링캠프를 통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우려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차세대 포수로 키우는 이지영과 정현욱의 공백의 메워야 하는 심창민이 얼마나 제역할을 해줄지 지켜봐야 한다. 여기에 수술 이후 재활을 받고 있는 안지만과 권오준의 공백을 젊은 후배들이 어떻게 메워주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3연패를 향한 훈련방식 바뀐다

류 감독은 오는 20일 시작되는 스프링캠프에 정상적으로 참가하지 못한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도 지휘해야 하기 때문에 총 8주 훈련기간 중 초반 3주간 함께 할 수 있다. 류 감독은 특유의 긍정 마인드로 걱정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코치들이 잘 알아서 하지 않겠나. 각자 내가 감독이라 생각하고 지휘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며 믿는다고 했다. 류 감독이 이처럼 코치진을 믿는 이유는 지난 휴식기간 동안 코치진에 내준 과제 때문이다. 류 감독은 2013년 스프링캠프때 새롭게 시도하고 싶은 훈련 프로그램을 짜오라고 지시했다. 류 감독은 "유명 스케이트 지도자의 강연을 들었는데 '이전 시즌 우승했을 때만큼 훈련을 하면 무조건 실패한다. 해마다 그 이상의 효율을 거둘 수 있는 훈련으로 변신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며 과제를 낸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과제를 제출받은 류 감독은 아직 펼쳐보지 않았다. 대신 올해 스프링캠프에서는 코치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재미있게 훈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시도할 예정이다. 3연패를 향한 비장의 프로그램은 개봉박두다.

강력한 견제자는 KIA, SK, 두산

류 감독은 "언젠가 2010년대는 삼성의 지배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3연패를 노리는 올해가 고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에 고비를 안겨줄 대항마는 누구일까. 류 감독은 모두가 경쟁자이지만 KIA, SK, 두산을 특히 경계대상으로 꼽았다. 이유는 명확했다. KIA는 김주찬을 영입한 데다 전력 급상승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부진했던 타자 '빅3'(이범호, 최희섭, 김상현)와 투수 윤석민 양현종이 올해에는 제기량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한다. 두산은 홍성흔 등 선수보강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가운데 영원 우승후보라고 했다. SK의 경우 김광현(부상), 정우람(군입대)이 빠져도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만큼 이기는 야구를 할 줄 아는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류 감독은 "NC가 중위권으로 도약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올해 프로야구 판도는 대혼란이 벌어질 것이기 때문에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승엽의 3연패 조언

삼성의 간판스타 이승엽도 올해 팀이 3연패를 노리는 상황을 처음으로 맞이했다. 이승엽은 이날 "일본 진출 이후 처음으로 푹 쉬어서 그런지 몸과 마음이 최적의 상태"라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자신의 맹활약을 통해 팀의 3연패에 일조하고 싶다는 생각 역시 변함이 없었다. 베테랑인 그가 후배들에게 3연패 도전 맞이 조언을 전했다. "내가 젊은 선수라면 작년보다 더 열심히 준비할 것이다." 이승엽은 "분명히 올해는 상대팀의 견제가 강해질 것이다. 삼성에 맞춰 에이스를 투입하거나, 타자에게 더 공격적인 피칭을 하면서 우리를 힘들게 할 게 뻔하다"면서 "후배들이 이를 염두에 두고 철저하게 대비하길 바란다"고 했다. 대비하는 비법은 따로 없다고 했다. 무조건 열심히 훈련하는 것 말고는…. 더불어 이승엽은 "팀이 잘나갈수록 상대팀 코치와 선수에게 미운털이 박히지 않도록 해야한다. 건방 떨다가 괜히 적을 만들지 말고 예의를 잘 갖추면 길도 보인다"면서 "우리 팀에는 다행히 건방진 후배들이 없어 다행"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경산=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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