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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식 코치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롯데에서 이승엽-박병호에 이은 세번째 작품을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였다.
지난 2002년 광주일고의 에이스로 고교야구를 지배했던 김대우는 롯데에 2차 전체 1순위로 지명됐지만, 계약금에 있어 이견을 보이며 입단이 불발됐다. 고려대와 상무를 거쳐 대만프로야구까지 노크했던 김대우는 2008시즌부터 롯데에서 뛰었다. 하지만 투수로서 남긴 성적은 고작 4경기서 3패 평균자책점 16.39. 결국 2011시즌 중반부터 타자로 뛰기 시작했다.
풀타임으로 타석에 선 지난해, 김대우는 퓨처스리그(2군) 78경기서 타율 2할9푼6리 10홈런 65타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1군의 벽은 높았다. 6경기서 7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박 코치는 왜 김대우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걸까.
박 코치는 김대우의 가능성을 높게 샀다. 11월 중순 팀에 합류해 한 달 넘게 관찰한 결과다. 껍질 속에 갖혀 있는 알맹이를 봤다. 박 코치는 일단 지표가 될 수 있는 2군 성적에는 만족한다고 했다.
하지만 1군과 2군의 격차를 넘어서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게 없었다. 바로 '자신감'이었다. 박 코치는 "경험이 부족하다. 아무래도 투수를 오래 하다 타자로 전향한지 얼마 안 돼 수싸움이 약하다. 본인과도 그런 부분을 가장 많이 얘기했다"고 말했다.
자신감 부족은 나쁜 선구안으로 이어졌다. 좋은 공은은 놓치고 좋지 않은 공에 손이 나가는, 전형적인 2군 타자의 습성이다. 지난해 한국프로야구 최고 히트상품인 넥센 박병호 역시 마찬가지 습성을 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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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는 지난 2011시즌 중반 넥센 이적 후 4번타자 자리를 보장받았다. 김시진 감독과 박흥식 코치는 "삼진 먹어도 좋으니 무조건 네 스윙을 해라"라고 주문했다. LG 시절 어쩌다 한 번 기회라도 오면,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에 사로잡혔던 박병호다. 하지만 넥센 이적 후 코칭스태프의 믿음과 꾸준한 기회에 완전히 다른 선수로 거듭났다. 정상급 4번타자가 되는 덴 채 2년이 걸리지 않았다.
묘하게 닮아서… 이승엽처럼 키운다
김대우 역시 박병호처럼 일정 부분 기회를 보장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 코치는 김 감독과도 상의를 마쳤다. 그는 "스프링캠프 때 연습경기, 그리고 시범경기까지는 계속 투입시킬 것이다. 4연타석 삼진을 먹더라도 내보낼 것"이라며 "당장 중심타선에 가는 건 힘들다. 6,7번 정도에서 시작해 좋은 모습을 보이면 자연스럽게 중심타선으로 옮기는 게 이상적이다"라고 설명했다.
기술적인 부분에선 의외로 상당히 완성된 상태라 적잖이 놀랐다고. 스윙 메커니즘이 좋아 손볼 곳이 많지 않았다. 파워도 상당했다. 무엇보다 몸이 부드러웠다. 이승엽이 가졌던 그 특징이다.
박 코치는 "대우는 승엽이에 가까운 스타일이다. 병호는 힘으로 치는 스타일이다. 대우와 승엽이는 펀치력이 있는데 유연성을 갖춘 게 닮았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이승엽 역시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해 성공한 케이스. 또한 같은 좌타자다. 박 코치의 첫 작품이 이승엽이었던 만큼, 그에게서 '김대우 만들기'에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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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장기적인 프로젝트다. 2013시즌은 그 출발점이다. 길게 본다면, 롯데 코칭스태프는 김대우에게 장차 타선을 책임질 4번타자로 성장해주길 원하고 있다.
박 코치는 이승엽-박병호에 이은 또다른 '작품'이 될 것 같다는 말에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김대우가 '제2의 이승엽', '제2의 박병호'가 될 수 있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