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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요즘 처가집에 들어와있어요."
이범호가 서울로 옮겨온 것은 11월 말 마무리 캠프에서 돌아온 직후였다. 긴 부상을 털어내고, 상당히 좋은 성과를 거둔 마무리 캠프를 마친 이범호는 계속 몸상태를 끌어올리고 싶어했다. 이때 서울의 지인들이 도움의 뜻을 밝혔다. 12월은 철저히 개인 훈련의 시간인데, 아무래도 부상에서 벗어난 직후이다보니 조금 더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했던 시기다. 이범호는 고민없이 서울의 처가로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그러는 것이 더욱 편하게 운동에 집중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선수들의 경우 각종 행사와 시상식에 불려다니느라 분주했던 12월이다. 그러나 이범호의 12월은 매우 단촐했다. 가족과 운동, 딱 이 두 가지 키워드만이 그의 생활을 지배했다. 이범호는 "마무리 캠프가 끝난 후 잠시 가족 여행을 다녀온 것을 제외하고는 매일 개인운동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범호의 일과는 단순하다. 오전에 서울 신사동의 한 피트니스 클럽을 찾아 개인 트레이닝을 한다. 저녁 때 운동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돌아와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
한화 시절이던 지난 2008년 615경기 연속 출전 기록을 달성하며 '철인'으로까지 불렸던 이범호다. 팀과 본인 모두 부상은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생애 처음 경험하는 큰 부상인 탓에 이범호는 쉽게 회복되지 못했다. 조금 나았다가 재발하곤 했다. 올해 역시도 스프링캠프부터 착실히 몸을 만들었지만, 양쪽 다리의 햄스트링과 허리 등의 부상이 이어지며 42경기 밖에 뛰지 못했다. KIA가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한 원인 중 하나로 이범호의 부재가 손꼽히는 이유다.
다른 누구보다도 본인 스스로가 아쉽고 속상해하고 있었다. 이범호는 "2012년은 정말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을 정도로 괴로운 한 해였다"면서 "다행히 이제는 몸이 아프지 않게 됐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이다. 이 기분이 내년에도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범호의 2013시즌 목표는 일단 '부상없이 많이 뛰는 것'이다. 구체적인 목표를 밝힌다는 것이 현재로서는 무의미하다. 이범호 정도의 네임밸류를 가진 선수라면 그저 다치지 않고 많은 경기에 나가면 성적은 따라오게 돼 있다. 이범호는 "가장 우선 내년 1월부터 시작되는 스프링캠프를 무사히 마치는 것이 1차 목표다. 현재의 몸상태라면 무난하게 캠프를 마무리하면서 시즌 준비를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자신감있는 밝은 목소리로 선전을 다짐하는 이범호의 2013시즌이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