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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염경엽 감독이 김병현을 선발로 못박은 이유는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2-12-21 06:50


LG와 넥센의 2012 프로야구 경기가 9월 27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넥센 김병현이 6회말 1사 2,3루 LG 이대형에게 중견수 앞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09.27

외국인 선수 브랜든 나이트(37)과 앤디 밴헤켄(33), 그리고 김병현(33).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이 머릿속에 그려놓은 내년 시즌 1,2,3선발이다. 시즌 중에 변화가 생길 수 있겠지만 일단 세 명의 선발을 확정했다고 한다. 두 명의 외국인 투수는 이미 검증을 거친 선발투수이니 새로울 게 없다.

나이트와 밴헤켄은 히어로즈가 시즌 후 일찌감치 재계약을 완료한 올시즌 프로야구 최고의 '원투펀치'였다. 나이트는 16승4패, 평균자책점 2.20, 좌완인 벤헤켄은 11승8패, 평균자책점 3.28을 기록했다. 사실 운이 좀 따랐다면 30승 이상을 합작할 수도 있었다. 나이트는 선발로 30경기를 던졌고, 밴헤켄은 28경기에 등판했다. 둘이서 올해 히어로즈 선발 경기의 43.6%를 책임졌다.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른 나이트는 무려 27번이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며 마운드의 주축 역할을 했다.

둘 모두 성격이 원만하고 한국야구에 맞는 유형의 선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삼성을 거쳐 2011년 히어로즈로 옮긴 나이트는 내년이면 한국야구 5년차가 된다. 한국야구와 히어로즈에 대한 애착이 커 선수 은퇴 후 한국에서 투수코치를 하고 싶어한다.

사실 두 사람이 내년 시즌에도 올해만큼 해줄 수 있을 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물론, 염 감독도 이런 부분을 충분히 고려해 내년 시즌 전력 구상을 하고 있다.

그런데 염 감독은 왜 김병현을 선발투수로 미리 못을 박아둔 것일까.

올해 히어로즈에 합류한 김병현은 19경기(선발 12경기, 구원 7경기)에 등판해 3승8패3홀드, 평균자책점 5.66을 기록했다. 시각에 따라 다른 평가도 있을 수 있겠지만, 김병현의 이름값에 다소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다.


9월7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넥센과 두산의 경기가 열렸다. 8회말 2사 1루서 넥센 김병현이 두산 양의지에게 안타를 허용한 후 포수 허도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병현은 곧바로 손승락과 교체됐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2.09.07.
최근 몇 년 간 소속팀을 두고 정상적으로 운동을 하지 못한 김병현이지만 전문가들은 선발로 나설 경우 7~8승은 가능할 것으로 봤다. 운동량이 부족해 5~6월이나 되어야 본격 가동한다고 하더라도, 김병현이기에 기대가 컸다. 일부 야구인들은 박찬호보다 김병현이 더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했다. 구단에서는 "올해보다는 내년을 보고 있다"는 얘기를 자주했으나 팬들의 눈길은 김병현에게 쏠릴 수밖에 없었다. 전반기를 3위로 마친 히어로즈는 후반기에 주축선수들의 부상 속에 6위로 시즌을 마감했는데, 김병현이 두 명의 외국인 투수를 받쳐줬다면 힘을 받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오랜 공백은 쉽게 메워지지 않았다. 애초부터 선발 투수를 원했던 김병현은 제구력이 흔들렸고,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약했다. 또 62이닝 동안 홈런을 6개나 내주는 등 고비마다 큰 것 한방에 쓴웃음을 지었다.


이런 김병현에게 염 감독이 신뢰를 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병현의 구위가 시간이 흐를수록 살아날 거라는 믿음에서다. 올시즌 내내 김병현은 굴곡이 심했다. 고전을 거듭하다가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기도 했으나 호투를 펼쳐 팀에 힘을 불어넣기도 했다. 그런데 전반적으로 후반에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9월 한 달간 6경기에 등판해 14⅔이닝을 던져 평균자책점 3.08을 기록했다. 시즌 평균자책점이 5.66임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기록이다. 염 감독도 이점을 주목했다.

그는 "김병현의 나이를 감안하면 아무리 공백이 길었다고 해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올해 다소 고전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예전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프로야구 두산과 넥센의 경기가 9월 13일 목동야구장에서 펼쳐졌다. 김병현이 4대2로 2점 앞선 8회초 2사 등판해 윤석민에게 2루타를 허용하고 아쉬워하고 있다. 목동=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09.13/
시즌이 끝나고 수석코치로 염 감독을 보좌하게 된 이강철 코치의 존재도 힘이 된다. 염 감독이 광주일고 2년 선배인 이 코치를 어렵게 수석코치로 모신 이유 중 하나가 김병현 등 언더핸드스로 투수 조련이다. 선수시절 최고의 잠수함 투수로 이름을 날린 이 코치는 광주일고 후배인 김병현을 잘 알고 있고, 언더핸드스로 투수의 투구 매커니즘에 밝은 전문가이다. 염 감독은 이 코치에게 김병현 등 투수진 운용에 대한 모든 것을 맡겼다고 했다.

히어로즈는 올해 초 김병현과 총 16억원(계약금 10억원, 연봉 5억원, 인센티브 1억원)에 계약했다. 막대한 금액을 투입한 만큼 소득이 있어야 한다. 감독 입장에서는 고연봉 선수, 구단이 전략적으로 투자해 영입한 선수를 외면하기 어렵다. 어떻게 해서든지 활용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염 감독이 일찌감치 김병현을 선발 투수로 쓰겠다고 공표한 것은 김병현에게 올겨울 확실하게 몸을 완성시키라는 메시지다.

김병현은 마케팅 차원에서도 의미있는 존재이다. 올시즌 김병현 경기 때면 평소보다 많은 팬이 목동구장을 찾았다. 또 김병현은 팀의 간판, 얼굴 역할이 가능하나 선수이기도 하다.

염 감독은 "일단 시즌 초반 무조건 선발로 내세울 생각이지만 그 이후에는 본인 하기에 달려 있다"고 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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