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메이저리거인 스즈키 이치로가 15일(한국시각) 뉴욕 양키스와 2년 1300만달러(약 140억원)의 조건에 재계약했다. 올시즌 중반 12년을 뛴 시애틀을 떠나 양키스 유니폼을 입은 이치로는 2년 계약으로 사실상 메이저리그 생활을 양키스에서 마감할 확률이 높아졌다. 이치로가 더 많은 돈을 주겠다는 다른 팀들의 구애를 뿌리치고 양키스 유니폼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팀이었으면 몰라도, 양키스이기 때문에 이해가 가는 결정이었다. 이치로가 바라는 것은 우승이었다. 이치로가 입단한 첫 해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에 올랐던 시애틀은 이후 형편없는 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플레이오프에 한 차례도 오르지 못했다. 오히려 10년 연속 200안타 달성, 10년 연속 골든글러브 수상의 영광을 안은 이치로 혼자 더욱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던 팀 환경이었다.
하지만 이치로는 개인 성적보다 팀 우승이 중요했다. 강력한 전력을 자랑하는 양키스는 확률상 가장 우승권에 근접한 팀. 이치로는 올시즌 좌익수로의 포지션 변경, 타순 하락의 수모를 감수하며 양키스에 입단했다.
3000안타 대기록 달성의 최적 환경
그래도 프로선수라면 개인성적을 빼놓고 말하기 힘들다. 특히, 개인통산 3000안타라는 어마어마한 대기록을 앞두고 욕심이 나지 않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이치로는 현재 통산 2606안타를 기록 중이다. 3000안타 고지까지 394개의 안타가 남았다. 이치로가 2년 계약에 집착을 보인 이유다. 10년 연속 200안타 기록을 세운 선수로서 2년이면 394개의 안타를 려낼 가능성은 충분하다.
혹자는 이치로의 페이스가 떨어지고 있다고 하지만 양키스 이적 후 보여준 성적을 보면 그런 말을 쉽게 꺼내기 어렵다. 올시즌 시애틀에서 2할6푼1리의 타율을 기록 중이던 이치로는 이적 후 67경기에서 73안타를 몰아치며 3할2푼2리의 타율을 기록했다.
양키스 강타선은 이치로의 부담을 충분히 줄여줄 수 있다. 자신이 모든 것을 책임져야했던 시애틀과는 달리, 양키스는 데릭 지터, 마크 테세이라, 커티스 그랜더슨, 로빈슨 카노, 알렉스 로드리게스 등 스타급 거포들이 즐비하다. 상대 투수들이 이치로를 집중견제할 여유가 없다. 때문에 이치로는 조금 더 편한 타순에서 마음 놓고 방망이를 휘두를 수 있다.
미국 언론들은 이치로의 양키스 잔류는 3000안타 고지 달성에 대한 강력한 열망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현재까지 3000안타를 기록한 선수는 메이저리그 역대 28명 밖에 없다. 동료 데릭 지터가 양키스 유니폼을 입고 첫 3000안타 기록을 달성한 선수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