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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했던 멘트를 다 못해서 아쉬워요."
하지만 그런 기대는 살짝 빗나가고 말았다. 손아섭은 의외로 진지한 자세로 담담한 수상소감을 털어놨다. "감사드린다. 평소 긴장을 잘 하지 않는데 이 자리에 올라오니 긴장이 된다"며 "2년 연속 큰 상을 받았다. 최다안타 타이틀까지 따냈다. 항상 믿어주신 양승호 감독님과 박정태 코치님, 그리고 프런트 식구들에게 감사드린다"는 평범하고 무난한 소감으로 말문을 열었다.
이어 손아섭은 자신을 뒷바라지 해주신 어머니에게 전하는 감사의 인사로 소감의 뒷부분을 채웠다. 손아섭은 "지난해에는 긴장이 돼 말을 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어머님께 감사드린다는 말을 하고 싶다. 어머니의 뒷바라지가 컸다. 어머니 생각을 하니 마음이 먹먹해지는데 울지는 않을 것"이라고 모친에 대한 감사인사를 했다. 평소 장난기 가득한 모습과는 달랐다.
시상식이 끝난 뒤에야 손아섭은 이에 대한 숨겨진 일화를 밝혔다. 원래 준비했던 수상소감이 더 있었지만, 생방송 관계상 멘트가 길어지는 것 같아 스스로 편집했다는 것. 손아섭은 "마지막으로 준비한 한 마디가 있었다"면서 "그걸 못해 너무 아쉽다"고 털어놨다. 원래 손아섭이 준비했던 마지막 멘트는 "해피 뉴이어 앤드 엔조이 유어 타임"이었다.
손아섭은 "이 멘트를 차안에서 지금까지 수백번도 넘게 혼자 연습해왔는데, 시간 관계상 '엔조이 유어 타임'이라는 말을 못했다"며 정말 아쉽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기사로나마 내 마지막 말을 팬들에게 전해달라"며 엉뚱한 부탁을 했다. 장난스럽게 들리긴 해도 연말연시에 모든 야구팬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길 바라는 손아섭의 진심이 담긴 말이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