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시즌 프로야구에서 커다란 관심을 끈 스타는 삼성 이승엽(36)이었다.
8년 간의 일본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그가 한국과 일본에서의 전성기 시절 누렸던 '홈런왕'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됐다.
한때 일본리그 생활을 마감하기 전까지만 해도 '이제 나이도 있으니 한물 가는 것 같다'는 혹평도 있었기에 그에 대한 관심을 더욱 컸다.
막상 시즌을 치르고 보니 이승엽은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정규리그에서 타점-득점 3위(85타점-84득점), 최다안타 4위(150개), 홈런 5위(21개)에 3할을 뛰어넘는 타율로 친정팀 삼성의 정규리그 1위를 든든하게 도왔다.
그런 이승엽의 질주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한해의 한국 프로야구를 총결산하는 골든 글러브에서 새로운 역사를 썼다.
자신의 최다연속 수상 기록을 늘렸고, 통산 최다 수상자의 대열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이승엽은 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라토리움에서 개최된 2012 팔도 프로야구 골든 글러브 시상식에서 지명타자 부문의 주인공이 됐다. 총 투표수 351표 가운데 295표를 획득하며 2위 이호준(28포)를 압도적으로 따돌렸다. 이승엽의 295표는 이번 시상식에서 전체 최다 득표(313표)를 기록한 손아섭(외야수·롯데)에 이어 2위에 해당한다.
그는 시상 무대에 올라 "8년 만에 이 자리에 돌아오게 돼 감사하다. 뛰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한데 상까지 주셔서 더욱 감사하다"며 "특히 8년의 공백을 깨고 뛸 수 있게 해준 삼성 구단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8년'의 공백을 언급했지만 또다른 의미있는 숫자 '8'로 인해 더욱 빛났다. 다른 선수들은 평생 한 번 받을까 말까한다는 골든 글러브를 8개째 챙겼기 때문이다. 또다른 프로야구 레전드 한대화(전 한화 감독), 양준혁(SBS ESPN 해설위원)이 보유하고 있는 통산 최다 수상기록(8회)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일본으로 진출하기 전인 2003년까지 보유하고 있던 최다연속 수상 기록을 '8'로 늘렸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이승엽이 일본에서 활동한(2004∼2011년) 기간을 제외하고 한국으로 복귀하자마자 수상자에 올랐으므로 연속기록을 인정하기로 했다. 이는 한동안 깨지지 않을 대기록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현역 선수 가운데 이승엽의 후발주자가 강민호(포수·롯데), 최 정(3루수·SK), 손아섭(롯데), 이용규(이상 외야수·KIA) 등 4명이지만 아직 2연속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넥센의 새로운 거포 박병호와 올시즌 신인왕 서건창(넥센), 삼성 에이스 장원삼은 생애 첫 골든 글러브의 영광을 누렸다. 특히 박병호는 올시즌 정규리그 MVP의 영광을 안은데 이어 골든 글러브까지 거머쥐면서 최고의 2012년을 보내게 됐다. 박병호는 1루수 부문 투표 결과 275표를 획득, 54표에 그친 김태균(한화)을 가볍게 제쳤다.
장원삼은 경합이 가장 치열했던 투수 부문에서 128표를 받아 넥센 용병 나이트(121표)를 간발의 차이로 제치고 수상의 영광을 안아 기쁨이 더 컸다. 2루수 부문에 선정된 서건창은 154표를 획득, KIA 안치홍(116표)을 비교적 여유있게 따돌리며 신인왕의 체면을 살렸다.
유격수 부문의 강정호(넥센)와 외야수 박용택(LG)은 각각 2, 3년 만에 골든 글러브를 되찾았다.
한편, 올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켰던 넥센은 골든 글러브 수상자를 3명이나 배출해 가장 행복한 구단이 됐다.
골든글러브 수상자에게는 제트에서 제공하는 300만원 상당의 글러브와 가방, 100만원 상당의 나이키 상품권이 부상으로 수여됐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2012 골든 글러브 부문별 수상자>
◇골든글러브
투수=장원삼(삼성)
포수=강민호(롯데)
1루수=박병호(넥센)
2루수=서건창(넥센)
3루수=최 정(SK)
유격수=강정호(넥센)
외야수=손아섭(롯데) 이용규(KIA) 박용택(LG)
지명타자=이승엽(삼성)
◇특별상
사랑의 골든 글러브=김태균(한화)
페어플레이상=박석민(삼성)
포토상=김광현(SK)
감사패=김종락 전 대한야구협회 회장, 박승호 포항시장, 최재문 팔도대표이사
공로패=고 이호현 KBO 초대 사무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