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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4년간 홍성흔의 리더십이 그리웠다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2-11-19 17:47


홍성흔이 친정팀 두산으로 돌아왔다. 계약 조건은 4년간 31억원이다. 두산은 홍성흔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했다. 계약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한 홍성흔과 김태룡 단장.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홍성흔이 친정으로 돌아왔다.

마지막 FA였던 홍성흔은 19일 두산 김태룡 단장과 만나 계약에 합의했다. 계약 조건은 4년간 최대 31억원이며, 인센티브 조항이 포함돼 있다. 지난 2008년말 생애 첫 FA 자격을 얻어 롯데로 이적했던 홍성흔은 4년만에 다시 FA 계약을 통해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협상은 홍성흔과 김 단장이 이날 서울 시내 음식점에서 만나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두산은 애초부터 계약기간 4년을 보장해 주기로 했었다. 홍성흔이 다시 두산에 오게 된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우선 홍성흔은 FA를 통해 다른 팀으로 옮겼던 선수가 다시 FA 계약으로 친정팀으로 돌아온 역대 첫 번째 케이스다. 또 두산은 지난 2000년 FA 제도가 도입된 이후 구단 사상 처음으로 외부 FA를 영입했다. 그동안 두산은 스토브리그에서 소속 FA와의 재계약에 안간힘을 썼지, 외부 FA에 대해서는 거리를 뒀다. 하지만 홍성흔만큼은 스토브리그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영입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놓았다.

'홍성흔표' 리더십이 필요했다

4년전 홍성흔이 첫 FA 자격을 얻었을 때 두산은 나름대로 재계약을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금액 면에서 차이가 컸다. FA 시장으로 뛰쳐나간 홍성흔은 결국 롯데의 러브콜을 받고 4년 계약을 하며 두산을 떠났다. 이후 4년이 지났다. 다른 것은 몰라도 두산은 여전히 홍성흔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한다. 올시즌 두산은 중심이 없었다. 클럽하우스에서 분위기를 이끌고 선수들의 파이팅을 하나로 모아줄 구심점이 없었다. 김진욱 감독은 시즌 내내 "선수들이 너무 조용해 걱정이다"라고까지 했다.

김 단장은 계약을 마친 뒤 "성흔이한테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다시 친정에 와서 은퇴할 때까지 존경받는 선배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야구 실력은 본인이 알아서 하는거고, 정말 후배들이 홍성흔은 멋진 선배였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홍성흔은 지난 99년 두산에 입단해 2008년까지 10년을 뛰는 동안 '분위기 메이커' 면에서도 팀공헌도가 높았다. 리더십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다. 김 단장은 "우리 투수 파트는 분위기를 만들고 리더십을 발휘하는 선수가 있는데, 야수쪽에는 없는게 사실이다. 감독님도 그런 말씀을 자주 하셨다. 그런 리더십을 원하는 것이다. 본인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체력? 4년더 FA 모범생 자신한다

아무리 리더십이 뛰어나도 기량이 떨어지면 리더가 되기 힘들다.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37세가 되는 홍성흔에 대해 노쇠화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김 단장은 "오늘 그런 얘기를 했는데 체력만큼은 자신있다고 했다. 주위에서 나이 얘기를 하면서 걱정하지만, 요즘 시대는 몸관리는 본인이 하기 나름 아닌가. 지명타자면 얼마든지 자기 관리를 잘 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홍성흔은 지난 99~2008년 두산에서 10시즌을 뛰는 동안 타율 2할9푼1리, 107홈런, 594타점을 올렸다. 2009년부터 올해까지 롯데에서는 4년 동안 타율 3할3푼, 59홈런, 321타점을 기록했다. 롯데 이적후 성적이 더 향상됐다. 4년 연속 규정타석을 채웠다. 두산은 이 부분을 높이 평가했다. 향후 4년 동안 홍성흔의 기량이 현저히 떨어질 일은 없을 것이라는 기대다. 실제 홍성흔은 역대 FA 가운데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꼽힌다.

계약을 마친 뒤 홍성흔은 "부산을 떠나는 것에 대해 많은 갈등과 고민이 있었다. 그만큼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처음 시작한 곳에서 선수생활을 마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두산에 감사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홍성흔은 이번에 롯데를 떠나야 하는 문제를 놓고 고민을 하느라 3㎏이나 빠졌다고 한다. 지난 4년간 사랑을 베풀어준 부산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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