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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에는 과연 어떤 요소들이 필요할까. 타고난 재능? 완벽한 기회? 성실한 노력? 어느 것 하나 안 필요한 것이 없다. 그런데 또 이 모든 요소들이 다 갖춰졌더라도 반드시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프로야구 선수 중에는 재능에 노력까지 더하고, 기회마저 부여받았는데도 만개하지 못하는 케이스가 꽤 많다.
그러나 조영훈에게 부여된 기회와 관심을 돌이켜보면 너무나 아쉬운 성적임에 분명하다. 삼성 감독 시절 조영훈의 자질을 칭찬했던 선 감독은 KIA 부임이후 허약한 팀내 좌타자 라인의 강화와 부상이 잦은 최희섭의 뒤를 받쳐줄 인물로 조영훈을 탐냈다. 결국 치밀한 트레이드 논의 끝에 투수 김희걸과 1대1 트레이드를 시즌 중반 단행했다. 선 감독은 조영훈이 팀에 합류하자마자 중심타자와 1루수의 특명을 부여했다. 수시로 칭찬했고, 못쳐도 내보냈다. 실책을 해도 개의치 않았다. 선수가 성장하려면 꾸준한 기회를 주면서 다그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영훈의 투지는 갈수록 시들어갔다. 결국 시즌 막판에는 주전자리를 잃었고, 20명의 보호선수 명단에조차 포함되지 못했다. 감독이 야심차게 트레이드 해 온 선수를 보호선수 명단에서 뺐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트레이드 실패'를 자인하는 셈이다. 재능과 기회에 노력이라는 '성공의 3요소'를 모두 갖추고도 성공과는 멀어지는 모양이 마치 팀 동료 신종길같다. 신종길 역시 조영훈과 마찬가지로 여러 감독들이 일찌감치 재능을 인정하고 기회를 줬지만, 꽃을 피우지 못한 대표적 인물이다. 선 감독 역시 시즌 초반 신종길을 주전 외야수로 중요했다가 얼마 후 2군에 내려보냈다. 그러고보면 조영훈은 '제2의 김상현'이 아니라 '제2의 신종길'으로 볼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