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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기로에 선 베테랑, 내년에도 그들을 볼 수 있을까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2-11-16 09:40 | 최종수정 2012-11-16 09:40


프로야구 SK와 롯데의 경기가 10월 5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펼쳐졌다. 경기전 통산 300홈런을 달성한 박재홍의 KBO 공식 시상식이 열렸다. 박재홍이 서정환 경기감독관에게 황금색 배트를 받고 있다. 인천=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10.05/

프로야구 선수에게 정년은 따로 없지만 대개 30대 중후반에 접어들면 은퇴를 생각하게 된다. 30대에 들어가면 고참 취급을 받았던 예전과는 달리, 선수들의 몸관리가 체계적으로 잘 이뤄지면서 선수 수명도 길어지고 있다. 사실 베테랑 선수의 능력과 상관없이 지도자의 성향, 팀 분위기에 따라 베테랑 선수의 은퇴 시기가 정해지기도 한다. 세대교체 혹은 팀 체질개선의 이름으로 구단이 선수의 은퇴를 강요하기도 한다.

흐르는 세월을 막을 수는 없지만, 시간은 민첩성과 체력같은 요소를 약화시키는 대신, 경험과 노련미라는 값진 선물을 안겨 준다. 올해 일본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수상자 중에서 미야모토 신야(42·야쿠르트 스왈로스·3루수)와 다니시게 모토노부(42·주니치 드래곤즈·포수), 이나바 아쓰노리(40·니혼햄 파이터스·1루수) 등 3명이 40대였다. 팬들은 베테랑 선수의 좋은 활약에 더 많은 박수를 보낸다.

베테랑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은퇴 시기를 잡는 것. 좋은 모양새를 갖춰 명예롭게 은퇴해 지도자의 길을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늘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다. 선수는 자신의 능력에 대해 미련을 갖기 마련이고, 구단은 냉정한 판단을 요구한다. 보통 선수는 최대한 마지막 순간까지 선수로 뛰기를 바란다. 한 야구인은 "선수라면 누구나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지면 더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런 생각 때문에 쉽게 놓기가 어렵다"고 했다.

선수와 코치의 연봉 차이가 크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그렇다고 명확한 해법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2012년 늦가을 베테랑 선수들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 외야수 박재홍(39)과 포수 박경완(40), 그리고 넥센 히어로즈 외야수 송지만(39). 이들 세 선수는 자신의 포지션에서 최고로 인정을 받았던, 소속팀을 넘어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했던 간판 선수였다. 셋 모두 통산 300홈런을 기록했다.

박재홍은 1996년 프로 첫 해에 '30(홈런)-30(도루)'을 달성해 야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고, 탁월한 투수 리드로 이름난 박경완은 통산 313홈런에 두번이나 홈런왕을 차지한 강타자다. 송지만도 14시즌 동안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슬러거다.

그러나 현재 이들의 팀 내 입지는 크게 줄어들었다. 소속팀에서는 선수생활을 지속하기보다 지도자의 길을 권유하고 있다.


SK 박경완은 91년 데뷔해 22시즌을 뛴 역대 최다 시즌 출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스포츠조선DB
SK는 박재홍에게 은퇴식과 코치 연수를 제안했다. 하지만 박재홍은 선수 생활을 지속하기 위해 다른 팀을 찾아보겠다는 뜻을 전했다. 박경완 또한 은퇴를 하면 지도자 연수 등 지원을 해주겠다는 구단 제의를 뿌리치고 선수로 계속 뛰고싶다는 입장이다. 박재홍과 박경완 모두 올시즌 부상 때문에 주로 2군에 머물었다. 박경완은 조인성 정상호 이재원 등에 밀려 포수 마스크를 쓰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재홍은 올해 1군 경기 46게임에 나서 타율 2할5푼, 5홈런, 18타점을 기록했다. 박경완은 8경기에 출전해 홈런과 타점없이 타율 1할에 그쳤다.

한시절 팀의 주축선수로 활약했던 선수이기에 SK로선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것 같다. 당분간 밀고당기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박재홍과 박경완에게 이번 겨울은 야구인생의 전환점이 될 것 같다.

박재홍과 박경완에 비해 송지만은 상황이 조금 낫다. 시즌 초 부상 때문에 올해 대부분을 2군에서 보낸 송지만은 최근 구단과 재계약에 합의했다. 대폭적인 연봉 삭감을 감수하기로 했다.

시즌 중반부터 구단 내에서 은퇴 얘기도 나왔다. 젊은 유망주들의 성장으로 입지가 좁아진 송지만은 이적을 모색했지만 결국 잔류를 선택했다. 올해 1군 경기 14경기에 나서 타율 1할7푼5리, 4타점. 시즌 초반 부상으로 오랜 시간을 힘들게 보낸 송지만이다. 내년 시즌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

박재홍과 박경완 송지만. 과연 이들은 내년 시즌 팬들의 환호 속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까.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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