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구단은 어떻게 감독 선임을 결정하나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2-11-06 08:18


그동안 SK 이만수 감독의 오버 세리머니는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최근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7월13일 인천 두산전에서 환호하는 장면.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누군가는 그랬다. 남자로 태어나서 해볼만한 직업 세 가지를 꼽는다면,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마도로스(외항선 선장), 프로야구 감독이라고. 현재 대한민국 프로야구 감독은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을 포함해 딱 9명이다. 다른 요인은 차치하더라도, 희소성 측면에서도 프로야구 감독은 특별한 직업임에 분명하다. 프로야구 감독은 늘 팬과 미디어의 주목을 받는 자리이다. 유력 정치인을 빼고 프로야구 감독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직업도 드물다.

매년 모기업으로부터 수백억원의 운영비를 타 쓰는 구단으로선 성적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프로팀의 최종목표인 팀을 우승 시킬 수 있는 지도자, 구단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는 지도자, 연고지 팬이 납득할 수 있는 지도자를 찾는다. 구단 입장에서 가장 무난한 감독 선임은 프랜차이즈 스타 출진 중에서 사령탑을 고르는 것이다. 그러나 이또한 여의치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1982년 프로야구 후 정규시즌에서 늘 최고 수준의 성적을 거두고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던 삼성이 숙적 해태 타이거즈에서 김응용 감독을 영입한 것이나, 해태 전성시절 간판선수였던 선동열을 끌어들인 이유가 있다. 순혈주의로는 구단이 원하는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감독을 선임할 때 여러가지 고려 사항이 있겠으나,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게 구단 최고위층의 의중이다. 그럼 사령탑을 뽑을 때 구단들은 어떤 요소를 가장 중시한 것일까. 구단 특성이나 구단 팀 컬러, 구단주의 선호도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먼저 5일 롯데 감독이 된 김시진 전 넥센 히어로즈 감독을 보자.김 감독은 투수 조련 능력이 탁월하고, 성품이 온화하다. 롯데는 김 감독의 이런 강점과 스타일이 팀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을 한 것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구단 사장이나 단장의 생갭다 최종 결정권자인 최고위층의 의중이다. 김 감독의 경우 구단 최고위층이 이전부터 높이 평가하고 눈여겨봐왔다고 한다.

롯데와의 인연도 있다. 경북 포항 출신으로 대구상고를 졸업한 김 감독은 삼성에서 전성기를 보냈다. 오랜 시간이 흘렀으나 삼성 이미지가 강하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김 감독은 고 최동원 한화 2군 감독과 맞트레이드가 돼 롯데에서 선수생활을 마쳤다. 롯데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1992년까지 뛰었다. 롯데와의 인연이 20년 만에 이어진 것이다.

SK는 2006년 10월 구단과 별 인연이 없는 이만수 시카고 화이트삭스 불펜 코치를 수석코치에 앉혔다. 삼성에서 선수생활을 마감한 이 감독은 불펜포수로 오랫동안 메이저리그를 접했다. 별다른 연고가 없는 메이저리그에 뛰어들어 선진야구를 접했다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이 감독에게는 팬들이 관심을 갖을만한 스토리가 있었다.


김시진 감독과 정민태 코치가 롯데에서 다시 뭉쳤다. 스포츠조선DB
SK가 이 감독을 영입한 것은 단시간에 구단 전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게 아니었다. 장기적으로 차기 사령탑을 염두에 두기도 했지만, 지명도가 높은 스타 출신 지도자 영입을 통해 팬들의 관심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가 있었다. 이 감독은 1984년 타격과 홈런, 타점왕 타이틀을 동시에 거머쥔 슈퍼스타 출신이다. 2000년 출범한 SK로선 팬들의 관심을 잡아끌 인물이 필요했다. 이 감독 카드는 SK가 주창해온 스포테인먼트와도 부합한다. 최고의 인적 자원, 최고의 성적은 스포테인먼트와 이어지는 코드다.

한화가 2009년 말 한대화 감독을 영입한 것은 지역정서를 고려한 결정이었다. 한밭중, 대전고를 졸업한 한 감독은 대전출신이지만 연고지 팀인 한화(빙그레)에서 선수생활을 하지 못했다. 1983년 OB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해 1986년 해태로 이적한 후 전성기를 맞았다. 해태, LG, 쌍방울을 거쳐 선수생활을 마감한 한 감독은 동국대 감독을 역임한 뒤 선동열 감독 시절의 삼성에 합류했다. 출신 지역이 대전이라는 점 말고는 한화와 별다른 인연이 없었다.


그러나 한화는 삼성 수석코치로 경험을 쌓은 한 감독의 능력뿐만 아니라 대전 출신이라는 점을 주목했다. 연고지역 출신 중에서 지명도가 가장 높은 야구인이 한 감독이다. 한화 고위층이 시즌 종료 후 재계약이 만료되는 한 감독을 페넌트레이스 말미에 전격 경질하면서 "한 감독이 대전 출신이기에 끝까지 마무리를 잘 해줄 거라고 믿었다"고 했다. 재계약 여부에 상관없이 연고지 팀에 대한 애정을 한 감독에게 바랐는데 이런 믿음이 깨졌다는 설명이었다.

김기태 감독이 LG에 합류한 것은 2009년 9월. LG는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 코치로 있던 김 감독을 2군 감독으로 영입했다. 광주일고-인하대 출신인 김 감독은 쌍방울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해 삼성을 거쳐 SK에서 은퇴했다. SK 코치를 하다가 일본으로 건너가 요미우리와 인연을 맺었다. 현역 시절 LG와 별다른 인연이 없었다. LG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요미우리 2군 코치와 이스턴리그 퓨처스팀 감독으로 있은 동안 감독이 리더십을 인정을 받았고, 프런트에서 추천이 있어 김 감독을 불렀다고 한다. 김 감독은 2군 감독으로 있다가 지난해 말 1군 사령탑에 올랐다.

보통 구단 프런트가 복수 후보를 올리면 구단 최고위층이 낙점을 한다고 한다. 구단 사장의 그룹 내 비중이 높은 팀은 구단 차원에서 결정한 후보를 모기업에서 재가를 하는 정도다. 물론, 구단 최고위층에서 결정해 하달하는 경우도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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