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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그랬다. 남자로 태어나서 해볼만한 직업 세 가지를 꼽는다면,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마도로스(외항선 선장), 프로야구 감독이라고. 현재 대한민국 프로야구 감독은 NC 다이노스 김경문 감독을 포함해 딱 9명이다. 다른 요인은 차치하더라도, 희소성 측면에서도 프로야구 감독은 특별한 직업임에 분명하다. 프로야구 감독은 늘 팬과 미디어의 주목을 받는 자리이다. 유력 정치인을 빼고 프로야구 감독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직업도 드물다.
먼저 5일 롯데 감독이 된 김시진 전 넥센 히어로즈 감독을 보자.김 감독은 투수 조련 능력이 탁월하고, 성품이 온화하다. 롯데는 김 감독의 이런 강점과 스타일이 팀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을 한 것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구단 사장이나 단장의 생갭다 최종 결정권자인 최고위층의 의중이다. 김 감독의 경우 구단 최고위층이 이전부터 높이 평가하고 눈여겨봐왔다고 한다.
롯데와의 인연도 있다. 경북 포항 출신으로 대구상고를 졸업한 김 감독은 삼성에서 전성기를 보냈다. 오랜 시간이 흘렀으나 삼성 이미지가 강하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김 감독은 고 최동원 한화 2군 감독과 맞트레이드가 돼 롯데에서 선수생활을 마쳤다. 롯데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1992년까지 뛰었다. 롯데와의 인연이 20년 만에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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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가 2009년 말 한대화 감독을 영입한 것은 지역정서를 고려한 결정이었다. 한밭중, 대전고를 졸업한 한 감독은 대전출신이지만 연고지 팀인 한화(빙그레)에서 선수생활을 하지 못했다. 1983년 OB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해 1986년 해태로 이적한 후 전성기를 맞았다. 해태, LG, 쌍방울을 거쳐 선수생활을 마감한 한 감독은 동국대 감독을 역임한 뒤 선동열 감독 시절의 삼성에 합류했다. 출신 지역이 대전이라는 점 말고는 한화와 별다른 인연이 없었다.
그러나 한화는 삼성 수석코치로 경험을 쌓은 한 감독의 능력뿐만 아니라 대전 출신이라는 점을 주목했다. 연고지역 출신 중에서 지명도가 가장 높은 야구인이 한 감독이다. 한화 고위층이 시즌 종료 후 재계약이 만료되는 한 감독을 페넌트레이스 말미에 전격 경질하면서 "한 감독이 대전 출신이기에 끝까지 마무리를 잘 해줄 거라고 믿었다"고 했다. 재계약 여부에 상관없이 연고지 팀에 대한 애정을 한 감독에게 바랐는데 이런 믿음이 깨졌다는 설명이었다.
김기태 감독이 LG에 합류한 것은 2009년 9월. LG는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 코치로 있던 김 감독을 2군 감독으로 영입했다. 광주일고-인하대 출신인 김 감독은 쌍방울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해 삼성을 거쳐 SK에서 은퇴했다. SK 코치를 하다가 일본으로 건너가 요미우리와 인연을 맺었다. 현역 시절 LG와 별다른 인연이 없었다. LG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요미우리 2군 코치와 이스턴리그 퓨처스팀 감독으로 있은 동안 감독이 리더십을 인정을 받았고, 프런트에서 추천이 있어 김 감독을 불렀다고 한다. 김 감독은 2군 감독으로 있다가 지난해 말 1군 사령탑에 올랐다.
보통 구단 프런트가 복수 후보를 올리면 구단 최고위층이 낙점을 한다고 한다. 구단 사장의 그룹 내 비중이 높은 팀은 구단 차원에서 결정한 후보를 모기업에서 재가를 하는 정도다. 물론, 구단 최고위층에서 결정해 하달하는 경우도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