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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대구 홈에서 벌어진 SK와의 한국시리즈 1,2차전을 쓸어담았습니다. 승부의 추가 삼성 쪽으로 확 기울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야구 모릅니다. 궁지에 몰린 SK는 홈에서 젖먹던 힘을 다할 것입니다. 큰 싸움이었습니다. 그걸 준비한 양팀은 페넌트레이스에선 좀체 경험하기 어려운 특이한 일들도 겪었습니다.
★…눈병과 홈런은 무슨 상관관계가 있을까요. 삼성 최형우는 SK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서 승리를 부른 결정적인 만루 홈런을 쳤습니다. 3회 SK 선발 마리오의 높은 체인지업을 끌어당겨 대구구장 우중간 담장을 넘겼습니다. 딱 하는 순간 홈런을 직감할 정도로 잘 맞은 타구였습니다. 그런데 최형우는 이틀 전부터 눈병에 걸려 충혈이 심했습니다. 이물질이 들어간 듯 자주 눈을 깜빡거렸습니다. 안약을 갖고 다니면서 수시로 넣기도 했습니다. 팀 동료들에게 병을 옮길까봐 독방을 쓰고 따로 이동하기까지 했습니다. 그 와중에 큰 것 한방으로 삼성의 2연승을 견인한 겁니다. 기자회견에서 최형우에게 물었습니다. "눈병과 홈런이 무슨 관계가 있나?" 최형우의 대답이 걸작입니다. "눈이 아파서 시야가 좀 뿌옇다. 그래서 그냥 대충 방망이를 돌렸는데 운이 좋았다"며 웃었습니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새 운동화 한 개쯤은 아깝지 않겠죠? 더군다나 중요한 1차전에서 진 SK 입장에서라면 말입니다. SK 프런트의 한 직원은 25일 대구구장에서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을 앞두고 갑자기 한 취재기자에게 운동화를 바꿔 신자고 애원(?)했는데요. 너무나 간절한 요청에 결국 두 사람은 운동화를 바꿔 신었죠. 이유인즉, 이 직원이 신고있는 새 운동화의 색깔이 선명한 파란색으로 삼성의 상징색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직원은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4, 5차전에서 이길 때 이 신발을 신었던 터라 그 기를 받으려고 한국시리즈 1차전에도 신었는데, 결국 졌다. 그러고 나서 보니 신발 색깔이 꼭 삼성의 파란색하고 같더라. 불길한 것 같아서 다른 색깔 운동화로 교체했다"고 신발 교환의 속사정을 털어놨습니다. 승리를 위한 간절한 마음이 느껴졌는데요, 하지만 효과는 없더군요. SK가 2차전에서도 졌으니까 말이죠.
★…SK 윤희상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데뷔 처음 완투를 경험했습니다. 8이닝 3실점 완투패. 비록 패전투수였지만 지친 불펜진에게 휴식을 준 윤희상에게 많은 찬사가 쏟아졌죠. 정작 본인은 "패전투수인데 기사를 너무 잘 써주셔서 손발이 오그라들었다"고 하더군요. 데뷔 첫 완투였지만 팀이 졌으니 아무 소용 없다며 자책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사실 이날 몸 풀기 전부터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 고민이었다고 하네요. 아무래도 플레이오프 5차전 불펜 대기의 여파가 있었겠죠. 평소 윤희상에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1년 선배 송은범은 5차전 때 불펜 대기가 익숙하지 않은 윤희상이 매이닝 긴장을 잔뜩 한 채 몸을 풀었다며 누구보다 아쉬워하더군요. 직구 구속이 5㎞가량 떨어질 정도로 안 좋았던 윤희상, 평소 욕심이 없는 성격이지만 이날 만큼은 "꼭 잡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네요. 직구를 던지려다 선택한 포크볼, 이승엽에게 홈런을 맞은 그 공 하나가 너무 아쉬워 보입니다.
<사진=류중일 감독의 '멱살 사건을 보도한 종합편성채널 jTBC 뉴스 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