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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춤의 저주를 풀어라.'
이 덕분에 '강남스타일'의 트레이드 마크인 말춤은 해외 인기스타는 물론 국내 대선 주자들에게 필수과목이 됐다.
말춤은 한 번쯤 춰보여야 대중적인 인기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판에서도 말춤의 위력을 피해갈 수 없다.
흥겨운 응원 분위기에 어울려 '강남스타일'이 울려퍼지고 치어리더팀과 일부 관중은 경쟁적으로 말춤에 빠져들기 일쑤다.
이른바 '말춤의 저주'라는 징크스가 고착화될지, 해프닝으로 끝날지 운명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말춤의 저주가 시작된 것은 프로농구다. 서울 SK는 올시즌 개막을 앞두고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 팬서비스를 위해 기발한 공약을 했다.
홈 개막전에서 승리하면 문경은 감독을 필두로 선수단 전원이 말춤을 선사하겠다고 한 것이다.
지난 13일 전자랜드와의 홈 개막전. 웃지 못할 장면이 연출됐다. SK가 79-78로 앞선 경기종료 10초전 시작된 전자랜드의 마지막 공격에서 포웰이 골밑돌파를 시도하던 중 SK 헤인즈의 수비에 막혀 넘어지면서 경기 종료 버저가 울려 SK의 짜릿한 첫승이 이뤄지는 줄 알았다.
SK의 홈경기장인 잠실학생체육관에서는 개막전 축하 축포가 터졌고, 문 감독은 말춤을 준비하려고 했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이 실시됐다. 전자랜드 포웰이 넘어져 볼을 잡았을 때 심판의 '헬드볼' 선언이 경기 종료 버저보다 먼저 이뤄졌다는 전자랜드의 항의 때문이었다.
양팀 선수가 혼전상황에서 볼을 함께 잡았을 때 선언되는 '헬드볼'은 과거에는 점프볼을 실시했으나 2009년부터 해당 쿼터가 시작할 당시 선제 공격권이 주어지지 않은 팀에게 공격권을 주고 이후 공격권을 번갈아 교대하는 규정을 적용받는다.
판독 결과 종료 1.2초전 '헬드볼'이 선언된 것으로 밝혀져 전자랜드에 공격권이 주어졌고, 포웰의 극적인 버저비터가 터지고 말았다. 결국 SK는 말춤을 공약했다가 허망한 끝내기 역전패의 아픔만 안고 말았다.
말춤의 저주는 프로야구로 옮아왔다. 지난 22일 롯데 양승호 감독은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플레이오프 최종 5차전을 앞두고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할 경우 말춤 세리머니를 선보이겠다고 공약했다.
그동안 선수들이 준PO와 PO를 거치며 힘든 경기를 펼쳤는데 조금이라도 힘이 돼고 싶고, 이만수 감독의 어퍼컷 세리머니에 대응할 만한 흥미거리를 보여주고 싶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3-0으로 앞서던 롯데는 3대6으로 역전패하면서 한국시리즈 진출의 꿈을 놓치고 말았다. 양 감독의 말춤 공약 역시 허무하게 날아갔다.
말춤을 공약했다가 연거푸 쓴맛을 보는 사례가 발생한 가운데 공교롭게도 삼성 주장 진갑용이 세 번째 실험대에 오르게 됐다.
진갑용은 23일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SK를 꺾고 우승하면 싸이의 말춤을 출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말춤 모르면 간첩 아닌가. 우승하면 말춤 그까이거 못하겠나"라며 웃었다.
프로농구 SK 문경은 감독과 롯데 양승호 감독이 말춤을 공약한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다행스럽게도 삼성은 초반 2연승을 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에 유리한 고지를 점한 상태다.
과연 진갑용이 더이상 말춤의 저주라는 없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며 말춤 공약을 실천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