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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구 미녀 질식 뒤태, 어떻게 탄생했나

기사입력 2012-09-21 14:02 | 최종수정 2012-09-21 15:04


프로야구 경기에 앞서 시구를 하는 것은 대단한 영광이다. 그런 기회가 잘 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지고 내려오는 것이 아니다. 최근엔 시구 장면이 사진과 동영상으로 퍼져나가 화제를 일으키기도 하기 때문에 하나의 퍼포먼스가 됐다. 자신에겐 추억이 되면서 자신을 대중에게 알리는 기회다. 그러니 한번 할 때 잘하고 싶다.

예전엔 화려한 패션으로 하이힐까지 신고 나와 시구를 하는 여자 연예인이 많았지만 최근엔 대부분 유니폼을 입고 운동화까지 신고 하는 이른바 '개념시구'가 정착됐다. 그 속에서 자신만의 튀는 무기를 만들어야 하니 이젠 시구도 아이디어 싸움이다.

보통 시구를 하게되면 구단에서는 글러브와 모자, 시구자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 상의를 제공한다. 시구한 공을 기념으로 가져갈 수 있다. 남성이나 여성 모두 하의는 편안한 청바지를 입는 경우가 많다. 여름엔 반바지를 입기도 한다. 여성 연예인들은 자신의 몸매를 드러낼 수 있도록 스키니진이나 핫팬츠로 선수들과 팬들의 눈을 사로잡는 경우가 많다. 유니폼의 경우 구단에서 준비한 유니폼을 당일날 입고 던지기도 하지만 아예 며칠전 먼저 받아 자신의 몸에 맞게 리폼을 하기도 한다. 조금이라도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작은 노력이다. 가수 지나는 자신의 유니폼 등번호에 '2H'라고 썼다. 자신의 신곡인 '2HOT'을 뜻하는 말.

최근 가장 화제가 된 시구자는 모델 이현이다. 지난 18일 잠실 LG-넥센전서 시구자로 나선 이현이는 아예 야구 선수가 됐다. 유니폼을 상의에 하의까지 준비했다. 상의는 구단에서 준비했지만 하의는 자신이 직접 맞춰 온 것. 모자부터 운동화까지 몸에 딱 맞게 매치를 한 이현이는 마운드에서 워킹 시범을 보이며 유니폼 패션쇼를 한 뒤 시구를 했다. 지난 6월 12일 LG-SK전서 모델 장지은도 본인이 직접 하의를 맞춰왔고, 검정색 스타킹을 유니폼 위에 신은 '농군패션'까지 했다. 지난 6월 29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KIA전서 시구한 모델 한혜진 역시 한화 유니폼으로 상-하의를 입었다. 모델인 만큼 완벽한 패션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인셈이다.

연예인 야구단에서 활약하는 탤런트 이종혁은 즉석에서 유니폼 하의를 부탁해서 야구선수의 면모를 갖췄으나 당일 경기가 비로 취소되자 홈플레이트의 방수포위를 미끄러지는 '우천세리머니'를 하는 또다른 '영광'을 누렸다.

타 운동선수의 경우는 그 종목에 맞는 소품을 이용하거나 행동으로 자신의 종목을 알리기도 한다.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 금메달리스트 구본길은 지난 8월 31일 대구 삼성-넥센전서 경기때 착용하는 마스크를 쓰고 시구를 해 박수를 받았다. 양궁의 기보배는 지난해 5월 26일 목동에서 열린 넥센-KIA전서 화살에 공을 꽂아 포수 미트로 활을 쏘는 색다른 시구를 해 화제를 낳았다. 지난 2일 레슬링 금메달리스트 김현우는 대구 삼성-넥센전서 시구를 한 뒤 포수 진갑용과 레슬링 파테르 자세를 보여 웃음을 자아냈고, 체조 금메달리스트 양학선은 지난 8일 LG-KIA전서 백덤블링으로 그라운드에서 날아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리회씨는 지난 7월 18일 넥센-롯데전서 유니폼 상의에 발레복 하의의 언밸런스 매치로 등장해 한바퀴 턴을 한 뒤 왼발을 하늘로 곧게 펴는 하이킥 시구로 눈길을 모았다.

예전보다는 튀는 강도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해도 여전히 튀는 시구에 대해서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는 야구인과 팬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두산은 시구자에게 특별한 부탁을 한다. "이곳 잠실구장에서 뛰고 싶어서 수많은 눈물과 땀을 흘리고도 못밟은 선수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점을 생각하셔서 최선을 다해서 시구를 해주십시오." 색다른 시구도 좋지만 야구를 존중해달라는 뜻이다.


최근엔 튀는 세리머니보다 잘던지는 실력을 앞세우는 '실력 시구'가 조금씩 뜨고 있다. 구단 관계자들은 "시구자들이 대부분 연습을 많이 해서 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모델 겸 방송인 이수정씨가 여자임에도 마운드 위에서 포수에 정확히 던지는 시구를 해 '시구의 여왕'으로 등극했고, 탤런트 이태성은 119㎞의 빠른 직구로 KIA 이용규가 타석에서 벗어나게 만들었다. 탤런트 김정민은 타자 뒤로 날아가는 공을 던지자 아쉬움에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젠 하나의 문화가 돼가고 있는 프로야구 시구. 그 트렌드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포토] 모델 이현이,
모델 이현이가 시구에 앞서 워킹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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