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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감독이 최동수-류택현을 재신임한 이유는?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2-09-17 11:23



프로야구 현역 최고령인 최동수와 류택현이 내년에도 현역 생활을 이어간다.

LG 김기태 감독은 지난 16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팀 내 최고참인 최동수 류택현과 내년에도 함께 갈 수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의 재신임 발언이다.

최동수와 류택현은 71년생 동갑내기. 올시즌 프로야구에서 KIA 최향남과 함께 최고령 선수에 올라있다. 생년월일까지 따지면 3월28일생인 최향남이 으뜸이고, 최동수(9월11일생) 류택현(10월23일생) 순이다.

둘은 불혹의 나이에도 젊은 선수들 못지 않게 1군에서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최동수는 92경기에 선발과 대타로 골고루 나서면서 타율 2할8푼(246타수 69안타) 1홈런 37타점, 류택현은 왼손 계투요원으로 28경기서 22⅓이닝을 던지며 3승1패 3홀드 평균자책점 3.22를 기록중이다.

하지만 둘의 재신임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도 있다. LG는 리빌딩이 시급한 팀이다. 중장기적으로 팀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런 와중에 최고참 둘의 현역 생활 연장은 리빌딩에 역행하는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10일 잠실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KIA와 LG의 경기가 열렸다. 3회말 무사 1,3루 LG 최동수가 큼직한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치며 아쉬워하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09.10/
웬만한 20대보다 나은 자기관리능력, 후배들의 귀감이 돼라

단순히 정이나 의리로 둘을 안고 가겠다는 건 아니었다. 김기태 감독은 "나이가 많은 건 중요하지 않다. 개개인의 하고자 하는 의지가 더 중요하다"며 "최동수와 류택현 역시 스프링캠프에서 경쟁을 거쳐야 내년에도 1군에서 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둘은 올시즌 주축 선수들이 줄줄이 탈락했던 체력 테스트부터 혹독한 검증을 거칠 것이다. 김 감독이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공정한 경쟁이다. 일정 기준선을 통과하지 못하면, 노장에 대한 예우 따윈 없다.


여기엔 경쟁을 통해 후배들에게 귀감을 주려하는 의도가 포함돼 있다. 김 감독이 이날 "둘은 정신적인 부분에서 어린 후배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 것도 같은 이유다. 최동수와 류택현은 웬만한 젊은 선수들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자기관리가 뛰어나기로 유명한 선수들이다. 나이를 감안하더라도, 혹 감안하지 않더라도 다른 선수들에 밀릴 게 없다.

올시즌을 앞두고 2차 드래프트로 SK에서 친정팀으로 복귀한 최동수는 주축 선수들에 비해 다소 부족한 성적을 냈지만, 체력테스트를 당당히 통과했다. LG 이적이 확정된 뒤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잠실구장에 나와 꾸준히 몸을 만든 결과다.

류택현은 진정한 '의지의 사나이'다. 2010시즌 뒤 구단의 만류에도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강행하면서 '무적' 신분으로 1년을 지냈다. LG의 배려로 2군 구장이 있는 구리에서 몸을 만들긴 했지만, 방출돼 소속팀도 없는 불안한 미래였다. 하지만 테스트를 거쳐 플레잉코치로 팀에 복귀했고, 전지훈련 때 결국 현역 복귀에 OK사인을 받아냈다. 젊은 선수들도 힘들어한다는 수술 후 재활 과정을 1년이 조금 넘는 시간 안에 마친 것이다.


지난 1월 사이판 전지훈련에서 숙소까지 6.5km를 뛰면서 하루 훈련을 마무리하고 있는 LG 류택현(왼쪽). 불혹의 나이에도 군살 하나 없이 탄탄한 근육질 몸매가 눈에 띈다. 사진제공=LG트윈스
아직 준비 안 된 젊은 선수들, 리빌딩은 단칼에 되는 게 아니다

아무리 뛰어난 자기관리능력이 후배들의 귀감이 되길 바란다 해도 불혹을 넘긴 노장에게 엔트리 두 자리를 내주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다. 김 감독은 아직 젊은 선수들의 준비가 덜 됐다는 생각이다.

리빌딩은 크게 두가지 케이스가 있다. 위기가 오기 전부터 미리 준비해 서서히 세대교체를 시도하는 것과 망가지기 시작한 뒤 구단 안팎의 목소리에 떠밀려 시도할 때로 나눌 수 있다.

LG는 분명 후자다. 올해까지 포스트시즌에 10년간 가지 못하면서 전임 감독들은 가을잔치가 물건너간 시즌 후반마다 리빌딩을 외쳤다. 하지만 그간 제대로 키운 선수 하나 없을 정도로 말 뿐인 리빌딩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서두르지 않고 있다. 고참들을 일순간에 정리해 대대적인 변혁을 이끌 때도 있지만, 이럴 땐 부작용이 너무 크다. 내부에서 해당 고참선수들과 대립해야 하고, 갑작스레 주축 전력이 빠져나갔을 때 대체 자원도 마땅치 않다. 이렇게 시행착오를 겪다 보면 1~2년, 길게는 3~4년의 시간을 날려버릴 수도 있다.

이런 위험성이 있기에 언제든 제 몫을 해줄 수 있는 이들을 전력감으로 남겨둬 대비하겠다는 생각이다. 올시즌 LG는 마운드에서 적극적으로 새 얼굴을 발굴해냈다. 신재웅 이승우 최성훈 등 좌완 선발자원에 오른손 임정우, 그리고 중간계투로 변신한 뒤 철벽 셋업맨으로 자리한 유원상까지. 투수진 재구축에 있어서는 일정 부분 목적 달성을 했다.

반면 타선은 아직도 한참 멀었다. 오지환 정의윤 김용의를 적극적으로 기용하고 있지만, 이들을 제외하곤 주전 라인업이 모두 30대일 정도로 노쇠화가 심각하다.

하지만 아직 그 뒤를 받칠 20대 선수들이 일정 수준에 오르지 못했다. 급격한 변화보다는 점진적인 성장을 꾀하겠다는 의도다. 최동수는 아직도 상대 왼손투수들이 두려워 하는 타자다. 오른손 지명대타 요원으론 다른 선수들보다 훨씬 좋은 기록을 보인다.

불혹을 넘긴 노장 둘의 재신임, 분명 리빌딩과 엇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일 소지가 있다. 하지만 아직 준비가 안 된 LG의 젊은 선수들을 보면,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프로야구 한화와 LG의 경기가 18일 대전 한밭야구장에서 펼쳐졌다. 류택현이 9회말 마운드에 올라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대전=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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