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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선발 좌완 장원삼(29)이 또 15승 고지를 앞두고 미끄러졌다. 벌써 3번째다. 시즌 14승은 지난달 14일 한화전에서 했다. 이후 롯데전(8월 21일) 넥센전(8월 31일)에 이어 8일 두산전에서도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다. 2패만 기록했다.
요즘 쫓기는 장원삼은 '불운한' 투수로 통한다. 그는 약 한 달 전만 해도 타선의 후한 지원을 받았다. 3점대 후반의 다소 높은 평균자책점에 비해 그가 등판할 때마다 삼성 타자들의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 지난달 14일 한화전까지 장원삼이 선발 등판한 18경기에서 삼성 타자들은 경기당 평균 4.8득점을 뽑았다. 그가 나가면 타선은 초반에 득점을 올려 장원삼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었다. 또 승리요건을 갖추고 내려오면 불펜이 승리를 지켜주었다. 그는 ""등판할 때마다 타자들이 너무 잘 쳐준다. 다른 투수들에게 미안할 정도다"고 말했다.
공교롭게 그 말 이후 장원삼은 타선의 도움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지난달 21일 롯데전 3득점, 31일 넥센전 3득점, 8일 두산전 2득점에 그쳤다. 3경기에서 평균 2.67득점 지원을 받았다. 이전 등판 때와 비교하면 무려 2점이나 줄었다.
투수의 승수는 절대 혼자 잘 해서 될 일은 아니다. 그럼 투수의 승수와 타선의 지원은 운 이외에는 다른 연결 고리가 없는 것일까.
후한 득점 지원을 받았던 장원삼이 요즘 짠물 지원으로 돌아선 건 왜 일까.
투수 출신 김진욱 두산 감독은 행운과 불운을 차지하고 선수들의 심리적인 부분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그는 "우리 팀의 김선우나 한화의 류현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둘 다 득점 지원을 잘 받지 못했는데 꼭 이런 선수들이 등판할 때 타자들이나 감독들이 더 잘 해주어야 한다는 부담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팀들의 에이스가 등판하면 타자들이 더 편하게 잘 쳐주어야 하는데 오히려 타석에선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고 했다. 김선우는 이번 시즌 평균자책점 4.49, 5승7패를 기록했다. 류현진은 평균자책점 2.87, 7승8패다.
선수 시절 한국 최고의 투수로 평가받았던 선동열 KIA 감독은 "선발 투수는 승패를 두고 타자 핑계를 대선 안 된다"고 자주 말한다. 투수의 승수 쌓기는 타선의 도움을 받아야 되지만 그 이전에 투수가 마운드에서 완벽하게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충실하라는 것이다. 투수가 마운드에서 상대를 완벽하게 제압해주면 자연스럽게 득점은 따라오게 돼 있다는 것이다. 또 타자들이 득점을 올려주지 못할 경우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면서 더 강한 투수로 성장한다고 봤다. 장원삼은 지금 더 강해지고 있는 단계인 셈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