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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배는 마무리지만 롱릴리프로 갈 수도 있다. 이기는 경기는 무조건 잡아야 한다."
대표팀은 시작부터 강하게 베네수엘라를 몰아붙였다. 하지만 견제사, 무리한 홈 쇄도, 도루자, 작전 실패가 이어졌다. 3회말 2사 2루서 터진 4번타자 윤대영의 적시타와 홈스틸로 2점을 얻은 게 전부였다. 이정훈 감독의 눈살은 찌푸려져 갔다.
2-1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6회초 1사 1루 상황, 이 감독은 결국 윤형배 카드를 꺼내들었다. 윤형배는 작심한 듯 베네수엘라 타자들을 빠른 공으로 요리했다. 140㎞대 중후반의 직구만으로 승부해 두 타자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빠르게 이닝을 마쳤다. 7회에는 묵직한 구위가 돋보였다. 윤형배의 직구에 배트가 밀린 탓에 세 타자 모두 2루 땅볼로 잡혔다.
위기를 넘기자 윤형배는 더욱 펄펄 날았다. 그 뒤로 단 한타자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은 채 2대1 승리를 이끌었다. 3⅔이닝 동안 삼진 5개를 잡아내며 무안타 무실점, 승리투수가 되는 감격까지 누렸다.
경기 후 윤형배는 8회 위기 상황에 대해 묻자 "스퀴즈가 나올 걸 알고 있었다. 포수와 미리 사인을 주고 받고, 낮게 던져 주자를 잡아내기로 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날 피칭엔 100% 만족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윤형배는 "좋은 피칭은 아니었다. 상대가 빠른 공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아 직구 위주로 던졌다. 위기 땐 무조건 막자는 생각 뿐이었다"고 말했다.
윤형배는 처음 겪는 해외 타자들이 어렵지 않았냐고 묻자 "그런 느낌은 없었다. 해 볼 만 하다. 내 공만 믿고 자신 있게 던지면 될 것 같다"고 답하는 배짱을 보였다. 윤형배의 자신감이 앞으로도 통할 수 있을까. 에이스의 존재감으로 대표팀은 험난한 첫 승을 신고했다.
잠실=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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