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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양현종, 순식간에 '천재'에서 '둔재'로 몰락한 이유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2-08-22 13:09 | 최종수정 2012-08-22 13:09


21일 광주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LG와 KIA의 주중 3연전 첫 경기가 열렸다. KIA 선발 양현종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08.21/

적어도 2년 전까지 그는 '천재' 혹은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좌완트로이카'로 불렸다.

2년 전의 KIA 양현종에게는 찬란한 미래가 보장돼 있는 듯 했다. 2007년 2차 1지명으로 KIA에 입단한 고졸신인 양현종은 꾸준히 성장을 멈추지 않은 끝에 드디어 3년차부터 잠재력을 활짝 피워내고 있었다. 2009년부터 본격적인 선발로 뛰기 시작한 양현종은 그해 평균자책점 3.15에 12승5패 1홀드로 '10승 투수' 대열에 합류했다.


21일 광주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LG와 KIA의 주중 3연전 첫 경기가 열렸다. 3회초 LG 박용택에게 투런포를 허용한 후 다음타자 이병규에게 볼넷을 허용한 KIA 선발 양현종이 강판되고 있다.
광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08.21/
양현종의 영광과 몰락의 기록

그리고 2년전인 2010년. 양현종은 평균자책점 4.25에 16승8패로 다승 2위를 기록하면서 한화 류현진 SK 김광현과 함께 '좌완 선발 트로이카' 시대를 활짝 열었다. 당시 다승 1위는 17승의 김광현이었고, 양현종은 류현진과 나란히 16승으로 공동 2위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덩달아 그해 말 열린 광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에 합류해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며 양현종은 군복무 면제 혜택까지 손에 쥐게됐다.

하지만 정확히 이때를 기점으로 양현종의 '영광의 시대'는 빛이 바래기 시작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두 시즌 연속 10승 이상을 달성하면서 'A급 선발'의 반열에 오른 듯 했던 양현종은 2011시즌부터 급격한 기량쇠퇴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28경기에 나간 양현종은 7승9패 평균자책점 6.18로 흔들리더니 올해는 아예 선발 로테이션에서 제외됐다. 21일 까지 불펜과 대체선발로 27경기에 나선 양현종은 평균자책점 5.06에 1승2패 2홀드 밖에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양현종은 21일 광주 LG전에도 약 두 달만에 선발로 나왔지만, 제구력이 크게 흔들린 끝에 2이닝 4안타(1홈런) 4볼넷 1삼진 4실점(3자책)으로 조기강판 됐다. 투구수 60개 중에서 31개가 볼이었다.

정확히 2년씩 나눠볼때 2009~2010 시즌의 양현종과 2011~2012시즌의 양현종은 전혀 다른 인물처럼 느껴진다. 기록이 말해주고, 투구 내용이 증명하고 있다. 앞선 2년까지의 양현종이 '천재'였다면, 최근 2년은 그냥 흔히 볼 수 있는 '둔재'로서의 양현종이다. 이렇게 급격한 몰락은 도대체 왜 나타난 것일까.

커터는 결국 양현종에게 독이었나


마치 '박제가 된 천재'를 보는 듯하다. 대체 어떤 원인이 양현종을 이렇게 무너지게 했을까. 지난해 처음으로 몰락의 조짐이 나타났을 때 일각에서는 때마침 독립해 혼자 살기 시작한 양현종의 사생활에 대한 루머도 있었다. 그러나 이는 결국 근거없는 헛소문이었다. 적어도 양현종은 자신의 선수생명을 담보로 유흥을 즐기는 스타일은 아니다. 오히려 양현종은 그런 소문에 대해 일체의 변명을 하지 않고, 묵묵히 경기 후 불꺼진 그라운드에서 피칭연습을 하곤 했다.

하지만 이렇게 묵묵히 연습에 임해도 실력은 향상되지 않았고, 오히려 퇴보하는 듯 했다. 주무기였던 묵직하고 빠른 포심패스트볼이 실종되면서 타자들에게 쉽게 공략당한 것이다.

문제는 투구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진 데 있었다. 2009~2010시즌의 투구 폼과 밸런스를 잃어버리면서 자신의 장점까지 놓치고 만 것이다. 그런데 투구 밸런스가 무너진 원인으로 색다른 원인을 지적하는 의견이 있었다. 바로 본인의 투구 메커니즘과 전혀 맞지 않는 구종을 익히려고 한 탓이라는 것이었다.

양현종은 2010년 10월말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소집 훈련 당시, 투수 코치로 있던 김시진 넥센 감독에게 '커터' 구종을 배웠다. 그립과 투구법을 사사한 양현종은 "그간 슬라이더처럼 빠르게 변하는 구종이 없었는데, 무척 잘됐다. 열심히 연습해서 2011시즌에 꼭 써먹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감독도 "스스로 열심히 배우려고 하는데, 야구 선배이자 지도자로서 안 가르쳐 줄 이유가 없다"며 새 구종 전수에 열의를 기울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는 양현종에게는 '독'이었다. 커터를 장착한 이후, 양현종은 주무기였던 포심패스트볼의 구속과 볼끝이 확연히 무뎌졌다. 원래 제구력보다는 구위로 타자를 상대하는 스타일이었던 양현종에게 '구위'가 사라지자 타자가 치기 쉬운 공만 던지는 투수가 돼버리고 말았다.

젊은 양현종, 부활의 기회는 충분히 많다

일찍이 커터 장착의 위험성을 경고한 전문가는 많았다. 양상문 MBC 스포츠+ 해설위원은 "커터는 직구 구속의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또 제대로 못 던지면 장타를 허용하기 쉽다. 그래서 잘 던지기가 무척 까다로운 구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양 위원 외에도 많은 전문가들이 "커터는 패스트볼과 같은 투구폼에서 나오는 구종인데, 본인의 투구폼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 구종을 던지다보면 기존의 패스트볼 밸런스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불행히도 양현종은 이런 전문가들이 경고한 '커터가 안 좋은 영향을 미친 사례'에 해당한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무너진 투구밸런스로 고군분투하다보니 올해 초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도 어깨 통증으로 조기귀국하게 됐고, 이로인해 올시즌에도 제 모습을 되찾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진 셈이다.

그러나 한 가지 위안으로 삼을 점이 있다. 양현종에게는 아직 많은 기회가 남았다는 점이다. 비록 최근 2년간 심각한 시행착오를 경험했지만, 양현종은 이제 겨우 24세의 젊은 투수다. 게다가 군복무도 해결됐다. 얼마든지 '양현종의 전성기'를 다시 열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양현종은 커터를 구사하지 않는다. 21일 광주 LG전 때는 직구(41개)-커브(1개)-슬라이더(12개)-체인지업(6개)만 던졌다. 스스로도 커터의 폐해를 알아차린 것으로 여겨진다. 문제점을 인식한 양현종이 다시 본인의 장점을 되찾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10승 선발'의 부활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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