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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위 다툼이 치열해질수록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민감해질 수 밖에 없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최형우는 스킵 동작을 취하면서 2루까지의 거리를 확인하고 상대 2루수와 유격수의 움직임을 살피느라 고개를 계속해서 옆으로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오지환 입장에서는 삼성이 2루에 주자가 있을 때 의심스러운 행동을 많이 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12일 경기를 앞두고 이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류 감독은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사인을 훔쳐보는가. 나는 그런 스타일도 아니고, 선수들에게도 절대 그런 일은 없도록 하라고 강조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류 감독은 "(사인을 훔치든 보여주든)상대방이 모르게 하는 것도 실력이고, 보이지 않게 하는 것도 실력"이라며 "당시 최형우의 움직임을 보면 오해를 살 수도 있는데 고개를 돌리는 것은 2루까지의 거리를 확인한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잠시후 LG 김기태 감독이 1루쪽 덕아웃에 나타나자 류 감독은 직접 김 감독을 만나 대화의 시간을 마련했다. 서로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 감독 역시 "우리 선수들이 민감해 한 측면이 있다. 경기가 끝난 다음 타격코치와 투수코치에게 너무 민감해 하지 말라고 선수들한테 다시 주지시키라고 했다"며 "사실 별 것도 아닌 일"이라고 말했다.
'배나무 밑에서는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2루주자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투수의 투구만 바라봐야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해 두 사령탑은 "그렇다면 눈을 감고 야구를 하는 수밖에 없다"며 너털웃음을 지어보였다.
대구=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