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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8년 연속 20홈런의 의미는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2-08-12 10:50


삼성 이승엽이 11일 대구 LG전서 8년 연속 20홈런의 금자탑을 쌓았다. 대구=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홈런 지존' 삼성 이승엽이 또 하나의 금자탑을 쌓았다.

이승엽은 11일 대구에서 열린 LG전에서 시즌 20호 홈런을 쏘아올렸다. 3-1로 앞선 3회 2사후 우월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LG 선발 김광삼의 초구 130㎞짜리 한복판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오른쪽 담장을 살짝 넘어가는 아치를 그렸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20홈런을 8년 이상 연속으로 기록한 선수는 이승엽이 유일하다. 양준혁(은퇴), 박재홍 등이 기록한 5년 연속이 2위 기록이고, 삼성 최형우와 일본 오릭스에서 뛰고 있는 이대호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기록한 3년 연속이 그 다음 최다 기록이다. 따라서 이승엽의 8년 연속 20홈런은 당분간 깨지기 힘든 기록으로 남을 전망이다.

20홈런의 가치

국내 페넌트레이스의 팀당 경기수는 133게임이다. 이승엽이 데뷔하던 95년 이후에는 126게임, 132게임 등 조금씩 경기수에 변화가 있었다. 메이저리그는 한 시즌 경기수가 팀당 162경기다. 한국과 비교하면 평균 30게임 정도를 더 치른다. 이승엽의 20홈런을 메이저리그 경기수에 대입해 계산하면 24~25홈런에 해당된다. 즉 이승엽의 8년 연속 기록은 메이저리그에서 8년 연속 25홈런 정도는 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승엽은 산술적으로 따지면 앞으로 8개의 홈런을 더 칠 수 있다. 즉 시즌 예상 홈런수가 28개라는 의미다. 이승엽의 특유의 몰아치기를 감안하면 30홈런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만일 이승엽이 30홈런을 때린다면 8년 연속 30홈런이라는 엄청난 기록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LA 에인절스의 앨버트 푸홀스가 2001년 데뷔 이후 지난해까지 11년 연속 30홈런을 친 것이 최다 기록이다.

홈런보다는 팀배팅

이날 현재 이승엽은 타율 3할1푼1리로 이 부문 6위에 랭크돼 있다. 8년간의 일본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이승엽은 당초 변화된 환경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이승엽은 시즌초부터 꾸준히 3할 타율을 유지해 오고 있고, 후반기 들어서는 홈런과 타점(65개·공동 3위) 페이스에도 속도를 붙여가고 있다. 30홈런을 은근히 바라고는 있지만, 홈런 욕심에 방망이를 휘두르지는 않는다. 이승엽의 타격을 가만히 살펴보면 팀배팅을 하는 경우가 많다. 타율과 타점이 이를 말해준다. 이승엽의 득점권 타율은 3할2푼4리나 된다. 이승엽은 이날 20홈런을 달성한 뒤 "지금은 1위 싸움이 중요할 뿐 홈런 기록은 의식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두산과 롯데의 맹추격을 받고 있는 삼성으로서는 이승엽의 팀배팅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

과연 몇 개까지 때릴까

이승엽은 프로 3년차였던 지난 97년 32홈런을 치며 처음으로 홈런왕에 올랐다. 이어 98년 38홈런을 기록했고, 99년에는 국내 최초로 50홈런을 넘어 54개의 아치를 그리며 '국민 타자'의 칭호를 얻었다. 2000년과 2001년에는 각각 36개, 39개의 홈런포를 터뜨리며 명성을 이어갔던 이승엽은 2002년 47홈런에 123타점을 때리며 삼성의 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일본 진출 직전 시즌이었던 2003년에는 한 시즌 최다홈런 아시아신기록인 56개의 대포를 쏘아올리며 전국적으로 잠자리채 열풍을 일으켰다. 이날 현재 이승엽의 통산 홈런수는 344개로 양준혁의 통산 최다홈런 기록인 351개에 7개차로 다가섰다. 올시즌 기록 경신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시점은 9월 중순 이후 시즌 막판으로 예상된다. 만일 이승엽이 선배 양준혁의 기록을 넘어선다면 홈런 역사에 아주 중요한 이정표를 세우게 되는 셈이다. 이후 이승엽의 목표는 통산 400홈런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한 시즌 30홈런 페이스를 잃지 않는다면 은퇴전 500홈런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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