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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나 팀 모두 페넌트레이스 133경기를 치르다보면 컨디션의 굴곡이 있을 수밖에 없다. 야구인들에게 한해 가장 어려운 시기를 물어보면 십중팔구 정규시즌의 한 복판 7,8월 혹서기를 이야기 한다. 더위도 더위지만, 시즌이 후반기로 치달으면서 누적된 피로가 나타나고, 생체사이클이 바닥을 치게 된다. 4강 진출팀의 윤곽이 7,8월에 갈라지는 게 이런 이유에서다. 선수층이 두터운 팀, 베테랑 선수가 많은 팀, 저력이 있는 팀은 이 시기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는 8월 초, 유례없는 중위권 대혼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반기 신바람을 냈던 넥센 히어로즈가 주춤하고 있다.
에이스인 외국인 투수 나이트와 밴헤켄이 마운드를 든든하게 지켰고, 이택근-박병호-강정호로 이어지는 클린업 트리오가 중심이 된 타선은 8개 구단 최고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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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선두권 재진입을 노리던 히어로즈가 6월 말부터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7월 올스타 브레이크를 기점으로 추락하고 있다. 올스타 브레이크가 끝나고 벌어진 후반기 9경기에서 2승7패를 기록, 4월 20일 이후 처음으로 6위까지 떨어졌다.
최근 9경기 중 5회까지 끌려갔던 8경기에서 1승7패를 기록했다. 전반기만 해도 히어로즈는 막판 강한 뒷심으로 극적인 승부를 자주 연출하는 팀이었다.
4위 SK와의 승차는 1게임. 언제든지 치고올라갈 수 있는 간격이지만, 분위기 전환을 위해 돌파구가 꼭 필요한 시점이다.
히어로즈의 상승 동력이 떨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주축선수들의 경험부족에서 원인을 찾아야할 것 같다. 히어로즈는 다른 팀에 비해 주축 선수 중 젊은 선수, 경험이 적은 선수가 많다. 이들에게 처음 경험하는 풀타임 시즌에 끝없이 이어지는 긴 일정이 벅찰 수밖에 없다. 시즌 중반 이후가 되면 체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사이클상 컨디션도 늘 베스트가 될 수 없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해야하는데, 경험이 적은 선수들에게는 힘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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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진 감독은 "300~400경기 이상을 치러봐야 프로선수로서 흔들리지 않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한다. 경험부족에 대한 우려가 담겨 있는 말이다. 분위기가 좋을 때는 신바람 야구의 원동력이 될 수 있지만, 상황이 안 좋을 때는 더 무거운 짐이 된다.
타선에서는 이택근-박병호-강정호로 구성된 중심타선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 좋을 때는 상하위 타선이 함께 맞물려 힘을 냈는데, 시즌 중후반에 들어서는 상대 투수들에게 히어로즈는 중심타선만 조심하는 팀으로 인색되고 있다.
또 투수진에서는 선발 투수로 시즌을 시작했던 강윤구(22) 문성현(21) 등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아쉽다.
전반기 기존의 틀을 깨고 팬들에게 프로야구 보는 재미를 선사했던 히어로즈. 이들의 비상을 보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