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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의 키스톤 플레이어 김선빈-안치홍. 눈빛만 봐도 마음을 아는 절친한 한살 터울의 선-후배 사이다. 하지만 성격은 정 반대다.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훈련을 마친 김선빈은 안치홍의 증언을 순순히 시인했다. "사실 아쉬웠던 일이 있더라도 다음날 아침까지는 거의 잊어버리는 편이죠."
잘 잊어버리기. '무념'은 야구 잘 하기 위한 전제 조건 중 하니다. 하지만 김선빈의 성격이 원래부터 이랬던 게 아니다. 과거 그는 안치홍 이상가는 햄릿 형이었다.
스무살 청년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이 아팠던 기억. 지우고 싶은 악몽의 기억이 김선빈의 뇌구조를 바꿔놓았는지 모른다. 본인도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 때 정말 힘들었어요. 죽고 싶을 정도였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성격을 바꾸지 않으면 않되겠다고 생각했는지 몰라요."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에 대한 방어 본능이 있다. 애써 빨리 잊으려 노력하면 그 자체가 습관이 되기도 한다. 큰 아픔을 겪은 사람이 매사에 담담해질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쨌든 김선빈의 바뀐 성격은 클러치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된다. 김선빈은 "주자 없을 때보다 1사 2,3루 등 주자가 있을 때 마음이 훨씬 더 편하다"고 말한다.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 그는 주자가 있을 때 타율(0.320)이 주자 없을 때(0.310)보다 높다. 득점권 타율도 0.344로 시즌 타율(0.315)보다 높다.
단, 김선빈은 "1사 찬스는 마음이 편한데 2사 후 찬스는 부담스럽다"고 했다. 이유는 "내가 죽으면 이닝이 끝나 버리기 때문"이란다. 얼핏 들으면 이해할 수 없는 이유 . 하지만 논리적으로 따지고 싶지는 않았다. '작은 거인' 김선빈, 그가 사는 방식이 있을 테니까….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