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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라고 안 하면, 또 준비한다니까요."
김 감독은 "아무리 경험이 많은 투수라고 하더라도 적응이 필요하다. 마운드에서 호흡도 해보고, 이미지 트레이닝도 하면 좋다"며 "프록터에게 미안하다고 하니, 그건 자기가 할 일이라며 웃더라"라고 했다.
프록터는 김 감독의 말에 "그건 나의 일"이라며 "오히려 마운드에서 혼자 흥분하면서 흔들렸다"고 미안함을 표했다. 프록터는 마운드 상태나 새로운 구장 등 환경에 얽매이는 스타일은 아니라고. 오히려 이날은 다섯째 아이의 출산을 위해 미국으로 돌아가는 가족에 대한 애틋함이 컸다.
사실 프록터는 블론세이브를 범한 22일 34개의 공을 던진 터라 이미 휴식이 예정돼 있었다. 잠시 가족을 만나고 와도 이상할 게 없었다. 하지만 프록터는 "난 언제나 등판을 준비해야 한다. 마운드 올라가는 게 나의 일"이라며 고집을 부렸다.
프록터의 프로 의식에 김 감독은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는 "운동화 신고 편안하게 야구 보라고 했다. 휴식을 강제하지 않았다면 또 준비했을 지도 모른다"며 웃었다.
프록터에 대한 믿음도 여전했다. 김 감독은 "볼을 연속으로 던진다고 바꿀 투수가 아니다. 마무리투수에게 블론세이브는 당연히 나올 수 있는 것"이라며 "오승환도 올해 6실점하고 무너지지 않았나. 우리 팀의 마무리는 프록터다. 한 두 경기 안 좋다고 빼는 일은 절대 없다"고 했다.
프록터는 24일 경기서 역전에 성공한 연장 10회말을 무실점으로 막고 세이브를 올렸다. 이틀 전 아픔을 털어내고 20세이브 고지에 올랐다. 세이브 1위의 원동력, 감독과 선수 간의 깊은 신뢰에서 나온 것 아닐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