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 활용에 대한 사고의 전환
삼성 마무리 오승환이 지는 경기에 나온다는 것은 사실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오승환은 9일 인천 SK전서 2-4로 뒤진 8회말 1사 1루서 마운드에 올랐다. 1점도 아닌 2점을 뒤진 상황에서 팀의 마무리를 올린다는 것은 의문을 가질 수 있는 상황.
지난해 오승환은 팀이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등판한 일이 없었다. 대부분이 세이브 상황이었다. 세이브 상황에만 나가도 등판 경기가 워낙 많아 컨디션 조절용 등판이 필요없었다. 그리고 올해도 승리상황에서 등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류 감독은 "오승환을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만 등판시킨다는 의식이 강했던 것 같다"고 했다. 지난 7일 광주 KIA전에서 생각을 바꾸게 됐다고 했다. 당시 삼성은 8회초 1점을 얻어 3-3 동점을 만들었다가 곧바로 8회말에 2점을 주면서 결국 4대5로 패했다.
"동점이라서 심창민을 계속 던지게 했었다. 오승환을 올린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는 류 감독은 "나중에 오승환도 대기하고 있었다는 말에 아차싶었다. 다음엔 며칠 던지지 못하는 가운데 동점이나 지고 있는 상황이 오면 오승환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했다. 그 생각을 실천에 옮긴 것이 바로 9일 SK전이었다.
오승환은 이에 대해 게의치 않는다고 했다.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하라는대로 할 뿐"이라는 오승환은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나가는 것이나 지고 있는 상황에서 등판하나 내가 점수를 주지 말아야하는 것은 똑같다"고 했다. "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갔을 때 만약 점수를 주거나 하면 팬분들이 '세이브 상황이 아니라고 열심히 안던지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실수도 있지 않나"는 오승환은 "그래서 어떤 때는 지는 상황에서 던질 때 더 신경을 쓸 때도 있다"고 했다. 오승환이 앞으론 승리를 '지키는' 역할 뿐만 아니라 동점이나 지고 있을 때 승리를 '부르는' 투수로도 활약할 것 같다.
인천=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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