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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타성공률 최저 KIA의 대타성공, 롯데 징크스 탈출의 신호탄되나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2-06-10 15:20


9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KIA와 롯데의 경기가 열렸다. 9회초 대타로 나선 KIA 최희섭이 우중월 솔로 홈런을 친 후 덕아웃 앞에서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부산=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2.06.09.

'징크스' 타파에는 특별한 운이 필요하다.

KIA는 지난해 후반부터 롯데만 만나면 꼬리를 말았다. 지난해까지 역대 상대전적에서는 304승242패13무로 크게 앞서 있었지만, 지난해 6월 30일 부산 롯데전부터 시작된 패배의 수렁이 올해 5월20일까지 무려 1년 가까이 이어진 것이다. 이 기간 KIA는 12번을 내리 패했다. 이전까지의 상대전적을 무색케 만든 이 긴 연패의 늪은 경기력이나 선수들 개개인의 역량과는 또 다른 '운'이라는 변수가 개입한 결과다. 이쯤되면 '징크스'라고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최악의 상황에서 내민 최후의 카드, 최상의 결과로 이어지다

징크스는 선수 개개인에게도 영향을 미치지만, 때로는 팀 전체적으로도 데미지를 줄 수 있다. 다른 팀을 만나면 좋은 경기력을 보이다가도 특정 팀을 만나면 힘을 못 쓰는 경우가 그 사례다. 투타의 매치업에서 상성이 맞지 않을 경우 상대전적이 뒤질 수는 있다. 그러나 KIA-롯데의 경우처럼 1년 가까이 한 팀이 일방적으로 12연패를 당했다는 것은 경기력 외에 어떤 운이 게임을 지배한 결과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이런 일을 경험하다보면 선수나 벤치의 조급함과 답답함은 상상 이상으로 커진다. 이길 듯 하면서도 자꾸 지게되니 점점 자신감이 사라지면서 그라운드에서 위축이 되는 악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9일 부산 롯데전에서도 이런 모습이 계속 이어졌다. KIA는 8회까지 안타수에서 7-4로 앞서있었다. 그러나 점수는 오히려 1-2로 뒤졌다. 훨씬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결정적인 주루 실수 2개(5회 송산, 6회 안치홍)가 나오면서 고질적인 잔루 증가가 나온 결과다. 9회초 KIA의 마지막 공격이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대 롯데전 징크스'는 이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이같은 최악의 상황에서 내민 최후의 대타 카드가 예상치 못한 최상의 결과로 이어졌다. 이날 전까지 KIA는 대타를 써서 재미를 가장 못 본 팀이다. 22번의 대타 시도 가운데 딱 3번만 안타가 나왔다. 성공률 1할3푼6리로 8개 구단 중 가장 저조했다. 이렇듯 대타 성공률이 낮으니 벤치 입장에서도 힘겨운 상황에 쉽게 대타를 쓰기 힘들다.

그러나 선동열 감독의 23번째 시도는 이전의 실패를 단숨에 만회할 만큼 엄청난 효과를 냈다. 9회초 선두타자 김주형 타석 때 대타로 내세운 최희섭은 롯데 마무리 김사율의 낮게 제구된 공을 퍼올려 동점 솔로홈런을 날렸다. KIA는 이 분위기를 그대로 살려 10회 상대 1루수 박종윤의 실책에 편승해 2점을 뽑아내 결국 4대3으로 역전승을 거둔다.


대타 모험의 성공, 징크스 탈출의 신호탄 되나

KIA가 13연패를 목전에 둔 위기에서 역전승을 거둬 롯데전 12연패를 끊어냈다는 사실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이 더 뜻깊었다. 무엇보다 성공확률이 희박했던 대타가 최상의 결과로 이어진 점에 주목해야 한다. 최희섭의 실력과 배짱은 의심의 여지 없이 대단했지만, 그로 인해 팀의 분위기가 완전히 뒤바뀌는 계기가 된 점이 더 큰 성과다. 바로 징크스 탈출의 실마리가 되기 때문이다.

징크스는 실력이나 기량과는 또 다른 변수에 의해 발생한다. 따라서 이를 깨트리기 위해서는 이 '또 다른 변수'를 근본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 흔히 '운'이나 '기세'라고 부르는 무형의 가치가 바로 그 징크스를 깰 수 있는 열쇠다. 그런데 최희섭의 대타 홈런은 KIA 선수들의 '기세'를 이전과는 완전히 다르게 끌어올렸고, 상대적으로 롯데의 자신감을 떨어트리는 계기가 됐다.

최희섭의 대타 홈런에 의한 연장전 승리는 여러모로 KIA에 '롯데 징크스 탈출'의 실마리를 제공한 셈이다. 희박한 대타 성공확률을 뒤집은 최희섭의 홈런으로 자신감을 되찾은 KIA가 롯데에 대한 공포감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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