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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4번, 얼마나 힘든 자리길래…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2-05-25 13:33 | 최종수정 2012-05-25 13:33


믿는 방망이에 뒷통수 맞는다? 롯데 홍성흔이 황당한 경험을 했다.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삼성의 경기. 3회말 2사 1,2루 상황 삼성 탈보트의 투구를 강하게 받아친 홍성흔. 그러나 믿었던 방망이는 두동강이 났고 부러진 방망이에 뒷통수를 맞고 말았다. 황당한 경험을 한 홍성흔은 새 방망이로 교체해 다시 타석에 들어섰지만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나야만 했다.
부산=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05.09/

"롯데 4번은 감독 만큼이나 중요한 자리다."

시즌을 앞두고 홍성흔이 한 말이다. 당시 홍성흔은 일본프로야구 오릭스로 건너간 이대호가 비운 4번 자리의 주인공으로 낙점을 받은 상태였다. 선수단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사인 롯데인지라 '4번타자 홍성흔'에 대한 엄청난 관심이 쏟아졌고 홍성흔은 "팀의 네 번째 타자일 뿐"이라며 부담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대호는 일본으로 떠나기 전 홍성흔에게 "롯데 4번, 결코 만만한 자리가 아니다"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4월엔 좋았다. 타율이 3할8푼6리였고 타점을 21개나 쓸어담았다. 하지만 5월 급격히 추락했다. 원인은 장타에 대한 욕심이었다. 홈런을 때려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팀 분위기를 단번이 바꿀 수 있는게 홈런이고 4번타자로서의 존재감도 과시하고 싶었던 것. 그러면서 타격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졌다. 상체에 힘이 들어가고 백스윙 동작이 너무 커지다보니 공을 정확하게 맞히지 못했다.

그렇게 홍성흔은 4번 자리를 후배 전준우에게 넘겨줘야 했다. 전준우는 시즌 개막 전 양승호 감독이 4번 후보로 홍성흔과 마지막까지 저울질을 한 선수. 여기에 홍성흔이 부진할 때 가장 좋은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던 선수도 전준우였다.

문제는 전준우도 4번 옷을 입은 후 슬럼프에 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4번타자로 나서기 시작한 지난 16일부터 24일까지의 8경기 타율이 1할9푼2리에 그치고 있다. 홈런은 없고 타점은 1개 뿐이다. 그 전까지 2할9푼1리 18타점을 기록하던 전준우의 모습이 아니었다. 전준우는 24일 대구 삼성전을 마친 후 "1번이든, 3번이든, 4번이든 타순은 중요치 않다. 타순에 대한 신경은 전혀 쓰지 않고 매타석에서 살아나가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팀이 연패에 빠지는 등 어려울 때 4번타자로서의 역할을 해내야 겠다는 압박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롯데가 야구를 하려면 누군가 필연적으로 4번 자리를 맡아야 한다. 그리고 4번타자답게 필요한 순간 한방을 쳐줄 수있는 능력도 과시해야 한다. 홍성흔, 전준우 두 사람 모두 그럴 수 있는 능력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 문제는 심리전이다. 타순에 대한 책임감을 내려놓고 타격에만 집중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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