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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먹을 게 좀 있으려나, 허허…."
통상 뜨거운 관심을 받는 빅스타 맞대결은 기대 이하의 결과가 많다. 집중되는 관심만큼 부담이 커져 원래 기량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득 선동열 감독의 현역 시절 심정이 궁금했다. 고인이 된 최동원 전 2군 감독과의 펼친 숨막히는 세차례의 맞대결. 영화 '퍼펙트 게임'의 소재가 될 정도의 명승부 열전이었다. 86년 4월 첫 대결은 선동열의 1대0 승리, 그해 8월 두번째 대결에서는 최동원의 2대0 승리였다. 87년 성사된 세번째 맞대결은 사실상 결승전이었다. 15회 연장까지 간 끝에 2대2로 비겼다. 최고의 라이벌 명승부였다.
"프레셔(압박감)가 없을 수는 없다. 우리(선동열 최동원)도 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서로 있었다. 하지만 결국 얼마만큼 상대보다 나 자신의 공에만 집중할 수 있느냐가 중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자기 조절 능력도 강조했다. "나는 불펜에서 컨디션이 너무 좋은 날 경기를 망쳤다. 마운드에 올라가면 힘만 잔뜩 들어갔다. 오히려 불펜에서 컨디션이 안 좋을 때 결과가 좋았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선 감독은 "(윤)석민이도 컨디션이 좋지 못할 때 가끔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때가 있는데 스스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선 감독의 기대대로 '박찬호 vs 윤석민'의 리턴 매치는 첫 대결과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다. 5회까지 1-1의 팽팽한 승부. 선 감독 표현대로 '먹을 것이 있는' 빅 매치업 속에 무등구장의 밤이 뜨거워졌다.
광주=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