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불운했던 에이스 류현진, 타선 덕에 활짝 웃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2-05-13 20:24


13일 대전구장에서 2012 프로야구 롯데와 한화의 경기가 열렸다. 6회초 2사 롯데 전준우 타석 때 한화 류현진이 심판의 볼 판정에 혀를 내밀며 아쉬워하고 있다.
대전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05.13/

한화 류현진이 모처럼 만에 웃을 수 있었다. 롯데 강타선을 상대로 완벽한 투구를 펼쳐서일까. 아니다. 올시즌 처음으로 팀 타선의 화끈한 지원을 받았다. 그동안 지독히도 타선의 지원을 못받아 힘이 빠졌을 류현진의 어깨에 힘이 절로 들어갈 만 했다.

'괴물투수' 류현진은 13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 시즌 7번째로 선발 등판, 8이닝 동안 116개의 공을 던지며 롯데 타선을 1실점으로 완벽하게 틀어막으며 힘겹게 시즌 2승째를 거뒀다. 거침 없는 투구였다. 홈플레이트 좌우를 꽉 차게 들어오는 최고구속 151㎞의 직구는 쉽게 손댈 수 없었고 눈 앞에서 뚝 떨어지고 마는 '명품' 서클체인지업에 롯데 타자들의 방망이는 헛돌기 일쑤였다. 부동의 탈삼진 1위 투수답게 이날도 삼진 10개를 잡아내는 괴력을 발휘했다.

언제나 마운드 위에서 제 역할을 해오던 류현진의 활약은 이제 더 이상 놀라운 것이 아니다. 이날 돋보인 것은 '류현진 도우미'로 완벽히 변신한 한화 타선이었다. 한화 타선은 이날 장성호의 홈런포 1개를 포함, 6안타에 그쳤지만 7점을 뽑아냈다. 롯데 마운드가 볼넷을 9개나 헌납한 것도 도움이 됐으나 확실한 건 올시즌 들어 최고의 집중력을 선보였다는 것이다. 1등 도우미는 단연 3안타 5타점을 폭발시킨 이대수였다. 이대수는 장성호의 홈런이 터진 1회를 제외하고, 한화가 점수를 낸 3회 2타점, 5회 2타점, 7회 1타점을 기록하며 지난해 골든글러브 수상자다운 모습을 오랜만에 선보였다.

류현진은 올시즌 초반 가장 불운한 투수로 손꼽혔다. 아무리 잘 던져도 타선에서 점수를 뽑아주지 못하니 승리를 거두기 힘들었다. 6번의 선발 등판 중 5번의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지만 그에게 남은 성적은 1승2패로 초라했다. 지난 2일 LG전에서 5실점 하며 패전투수가 된 경기를 제외하면 모두 승리를 따낼 수 있는 활약을 펼쳤지만 타선은 류현진이 등판하는 날만 유독 터지지 않았다. 지난달 26일 KIA 전에서 시즌 유일한 승리를 따내며 8점의 지원을 받은 것이 유일하게 내세울 만한 자랑거리였다.

이날 시원한 승리로 그동안의 아픔을 모두 털어버릴 수 있었던 류현진이었다. 류현진은 경기 후 "초반에 점수가 나서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 덕분에 초반 투구수를 줄이며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면서 "점수를 많이 내준 타자들이 너무 고맙다"는 승리 소감을 밝혔다.

이에 이대수도 화답했다. 이대수는 "에이스 현진이가 나오는 경기여서 더욱 집중했다. 현진이가 그동안 잘 던지고도 1승 밖에 없어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현진이가 승리하는데 힘을 실어준 것 같아 기쁘다"고 밝혔다. 한대화 감독도 "오랜만에 류현진의 등판 때 타자들이 점수를 내줬다"며 기뻐했다.


대전=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