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은 쓰리지만 비기긴 싫었죠."
사실 이 경기가 새삼 화제가 된 것은 경기 막판 SK 이만수 감독의 환호 세리머니 때문이었다. SK가 8-7로 앞선 9회말 2사 1,2루에서 두산 임재철의 우중간 플라이 때 SK 중견수 김강민이 이 공을 잡은줄 알고 만세를 부르며 덕아웃을 뛰쳐나온 것.
하지만 전진수비를 한 탓에 김강민은 이 공을 잡았다 놓쳤고 결국 이는 싹쓸이 3루타가 됐다. 공을 놓친 것을 본 이 감독은 1초만에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경험을 맛봤다. TV 중계 화면에 생생히 잡혔는데, 이 찰나의 순간이 이날의 희비를 생생히 말해줬다.
이 감독은 지난해 8월 전임 김성근 감독이 갑자기 퇴임하면서 대행 사령탑에 올랐고, 올 시즌에 비로소 대행을 뗐다. 정식 감독으로 맞는 첫번째 시즌에서 이 감독은 치열한 경쟁속에 11일 현재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다.
철저한 데이터 중심의 야구, 그리고 좀처럼 감정기복이 없는 전임 감독에 비해 이 감독은 이날처럼 선수들보다 더 많이 환호하고 감성적인 표현도 아끼지 않는다. 적어도 이 감독의 색깔은 올 시즌도 SK에 잘 녹아드는 것 같다. 시즌 초의 다소 부진을 씻고 11일 현재 단독 1위를 달리고 있으니 말이다.
문학=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