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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나 보기 싫어서 1루 안왔지!"
홍성흔은 1루에 다다른 후 이승엽의 엉덩이를 툭 치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그러자 이승엽이 글러브로 입을 가린채 홍성흔에게 말을 건넸다. 무슨 중요한 대화였길래 그렇게 입을 가리면서까지 얘기를 건네야 했을까. 알고보니 36세 친구들의 유치한 대화였다. 이승엽이 "너 나 보기 싫어서 1루 안왔지"라고 말한 것이다. 2회 삼진을 당한 홍성흔에게 일격을 날린 것이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지고 있을 홍성흔이 아니었다. 홍성흔은 "너는 나 보기 싫어서 계속 1루에 안나오냐"라고 받아쳤다. 팀 사정, 그리고 어깨 부상 때문에 지명타자로 출전하고 있는 이승엽의 허를 찌른 것이다. 안그래도 올스타전 투표에서 이승엽이 지명타자로 후보 등록을 할 것이라는 소식에 "나랑 겹치는 지명타자 말고 1루수로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주장하던 홍성흔이었다.
서로간에 대화에 모처럼만에 밝게 웃은 두 사람이었다. 1차 대화 후, 리드를 했던 홍성흔이 베이스에 귀루하자 또 다시 2차 대화가 이어지는 장면도 목격됐다. 홍성흔은 "그 다음부터는 공개하기 힘든 정말 사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웃었다. 동갑내기인 두 사람의 친분은 아구계에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이승엽이 한국에 복귀한다는 소식을 듣고 가장 기뻐한 사람 중 한 명이 홍성흔이었다. 물론 사적으로 만나고 통화도 했지만 그라운드에서 만나는 감흥은 또 달랐던 것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