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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가 홈런 많이 쳐서 오히려 좋아요."
박병호는 10일까지 4홈런으로 홈런 공동 6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팀 동료 강정호가 9개를 쏘아올리며 1위를 달리고 있고, '신개념 4번타자' LG 정성훈이 8개로 뒤를 잇고 있다. 누가 보기에도 거포라고 볼 수 없는 둘에게 밀려있는 상태다.
하지만 홈런에 대한 조급증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박병호는 "홈런은 언제든 몰아칠 수 있는 것"이라며 "(강)정호가 나보다 많이 쳐서 좋다. 난 오히려 지금 타격감이 좋지 않은데 타점이 많이 나오는 게 고무적이다"라고 말했다. 정말이다. 박병호는 20타점으로 홍성흔(23타점) 강정호(22타점)에 이어 박석민 정성훈과 함께 공동 3위다. 해결사형 4번타자인 홍성흔 정성훈처럼 타점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친정팀 LG전에서만 8타점을 몰아쳤다. 25경기 중 5경기일 뿐이었지만, 전체 타점의 40%를 LG전에서 기록했다. 박병호에게 물었다. 친정팀을 상대로 강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늘상 하는 "LG라고 특별히 의식하는 건 없다"는 대답이 들릴 줄 알았다.
하지만 박병호는 "LG전에서 유독 타점 찬스가 많이 났다. 테이블세터가 찬스를 워낙 많이 만들어줬다. 동료들이 LG에 강한 것 아닌가"라며 "오히려 타격감은 지난 주말 광주 KIA전 때가 정말 좋았다. 하지만 그땐 찬스가 거의 없었다. 감이 안 좋았는데도 오히려 LG전서 타점이 많았다"고 답했다.
실제로 4일부터 열린 KIA와의 3연전 때 박병호는 12타수 5안타(4할1푼7리) 1타점을 기록했다. LG와의 3연전에서는 10타수 3안타(3할3푼3리) 5타점이다. 역설적인 결과다.
박병호는 지난해까지 심리적 압박감이 선수에게 미치는 안좋은 영향을 모두 보여줬다. 하지만 올시즌엔 다르다. 생애 첫 '풀타임 4번타자'가 된 박병호에게 없는 딱 한가지가 바로 부담감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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