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좌완투수 이명우는 팔꿈치 수술만 3번을 했다. 고등학교 때 2번을 했고 2010년 세 번째로 수술대에 올랐다. 야구선수로서의 인생을 포기할 만도 했다. 하지만 그는 오뚝이 처럼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데뷔 11년 만에 롯데에 없어서는 안될 핵심 불펜 투수로 자리매김 했다.
여자친구가 없었다면 지금의 이명우도 없었을 것이라고 한다. 이명우는 부산공고 재학 시절 두 번의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첫 번째 수술을 한 후 회복되자마자 팀 사정상 어쩔 수 없이 많은 공을 던졌다. 또 다시 탈이 났고 재수술을 받아야 했다. 이명우는 당시를 회상하며 "진통제를 먹고 울면서 공을 던졌다"고 했다. 어린 마음에 방황을 할 수도 있었지만 당시 만난 주희씨가 이명우에게 큰 힘이 됐다. 그렇게 부상의 악몽을 이겨내고 프로 선수가 될 수 있었다.
이명우는 팀 동료들에게 "도대체 언제 결혼할거냐"라는 놀림을 자주 당한다. 만난 기간이 오래된 만큼 자연스럽게 결혼 얘기가 나올만 하다. 이명우는 "올해 안에는 꼭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에게는 욕심이 있다. 프로선수로서 확실히 입지를 다지고 당당하게 결혼하고픈 욕심이다. 지금과 같은 활약만 이어간다면 올시즌을 마친 후 어깨를 펴고 당당히 식장에 입장하는 이명우의 모습을 볼 수 있을 듯 하다.
이명우는 올시즌 '환골탈태'했다. 16경기에 등판, 3홀드 방어율 2.08을 기록중이다. 기록이 중요한게 아니다. 롯데 불펜에서 가장 믿음직한 투수로 양승호 감독의 신임을 받고 있다.
달라진 점을 단적으로 설명하지면 안정감이 더해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이명우가 등판하면 팬들은 불안해했다. 제구가 확실히 잡히지 않았기 때문. 이명우 본인도 "솔직히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코너워크에 너무 신경을 쓰다보니 볼이 늘어났고 타자와의 승부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시즌은 다르다. 자신있게 공을 뿌리며 볼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끌고 간다. 이유가 있었다. 늘어난 직구구속 때문이었다. 이명우의 지난해 직구구속은 기껏해야 135~138㎞정도였다. 하지만 올해는 140㎞를 넘기고 있다. "2~3㎞ 늘어난게 무슨 소용이냐"라고 말할 수 있지만 좌완투수에게 2~3㎞는 타자를 상대할 때 10㎞가 늘어난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명우는 "타자들의 배트가 밀리는 모습을 보고 자신감을 얻었다. '가운데만 보고 자신있게 던진다'는 생각으로 피칭하니 좋은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명우도 구속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을 했다. 체중을 감량하고 롱토스 양을 늘렸다. 그리고 공을 던질 때 팔이 내려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수없이 피칭을 했다. "팔꿈치 수술 후 나도 모르게 사이드암 투수처럼 공을 옆으로 던지고 있더라. 이제는 거의 오버스로우로 돌아왔고 이 것이 구위가 좋아질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이명우는 풀타임으로 1군 경기에 뛰는 자체가 행복하다고 했다. 그래서 목표도 소박하다. 지금과 같이 롯데의 든든한 허리 역할을 계속 맡고 싶다고 했다. 단, "40세가 넘도록 오래오래 야구를 하고 싶은 욕심은 있다"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