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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에 목마른 창원NC팬들, 롯데 향해 '마!'외쳤다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2-04-15 10:46 | 최종수정 2012-04-15 10:59


14일 경남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NC다이노스 창단 및 홈 개막 경기가 열렸다. 김경문 감독과 NC 선수들이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홈 개막 경기에 임하고 있다.
창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2.4.14

"우리 고장에 야구단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데이."

프로야구 제9구단 NC가 역사적인 홈 개막전을 치렀다. 야구에 목마른 창원팬들의 갈증을 해소시켜줄 만한 경기였다. NC는 14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퓨처스리그 경기에서 8대1로 대승을 거뒀다. 모두가 우려했던 경기력 문제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창원팬들의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젠 롯데 필요없다, 마!

지난해까지 마산구장에선 1년에 고작 6경기 정도가 열렸다. 창원에선 야구경기가 있는 날은 마치 국경일과도 같았다. 평일에는 퇴근 후 동료들과 삼삼오오, 주말엔 가족과 먹을거리를 챙겨 부지런히 야구장으로 향하는 날이었다. 아침부터 표를 구하기 위한 전쟁이 계속됐다. 비라도 오는 날엔 1년에 여섯번 밖에 없는 기회 중 하루를 날렸다는 아픔에 소주잔을 기울이며 밤을 지새우는 이들도 많았다.

이제 그 갈증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창원팬들은 NC에 열광했다. 이날 마산구장엔 총 9865명의 팬이 찾았다. 당초 5000여명이 수용가능한 내야석만을 개방하려 했지만, 금세 꽉 차면서 리모델링이 되지 않은 외야석까지 개방하게 됐다.


14일 경남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NC다이노스 창단 및 홈 개막 경기가 열렸다. 개막 공식 행사에서 김경문 감독이 김택진 구단주(오른쪽)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창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2.4.14
경기 전 NC의 구단주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는 경기장 밖을 둘러본 뒤 "긴 여정의 첫 날이고 창원시민과 함께 하는 첫 날"이라며 "창원시민의 야구열기가 듣던 것보다 대단하다"며 웃었다. 경기 전 입장을 기다리고 있던 팬들 중 다수가 김 대표를 알아보는 모습이었다.

가족 단위로 야구장을 찾은 팬들과 만나 아이를 안고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등 김 대표는 창원시민과 스킨십을 가졌다. 가슴이 벅차오르는 기분이었다고. 김 대표가 지나가는 곳마다

"우리 고장에 야구단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데이"라는 말이 들렸다.

경기가 시작한 뒤 마산구장의 풍경은 과거와는 사뭇 달랐다. 리모델링으로 넓어진 내야석과 많은 테이블석 도입 등 쾌적한 환경 탓일까. 조용한 분위기에서 치킨이나 피자 등을 먹으며 야구를 보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NC가 점수를 차곡차곡 쌓아가자 분위기는 달아올랐다. 롯데 투수들의 견제에 관중석에서 '마!'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나성범이 두차례 연속 투구에 맞자 '마!' 소리는 극심해졌고, 3루 쪽에 앉은 일부 롯데 팬의 '마!' 소리엔 '왜!'라고 받아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처음으로 마산구장에서 롯데 선수들이 '마!' 소리를 듣게 된 것이다.


14일 경남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NC다이노스 창단 및 홈 개막 경기가 열렸다. 경기가 열리기 두시간 전부터 많은 시민들이 경기장을 찾아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창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2.4.14
2013년 1군 진입, 문제 없습니다.

타선 폭발로 8대1로 대승을 거둔 뒤 팬들은 1루 쪽 응원단상 앞으로 모였다. 김택진 구단주는 덕아웃 앞에서 NC 선수들 한명 한명과 악수를 나눴고, "여러분이 팬들에게 너무나 멋진 경기를 보여줘서 감사한다. 오늘 경기에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이때 관중석의 분위기가 이색적이었다. 관중들은 '김택진!'을 연호하기 시작했다. "내년이 무슨 소리고, 내일 당장 1군 가자!"는 말까지 들렸다. 흡사 선거유세현장을 보는 듯 했다. 4.11 총선보다도 분위기는 뜨거웠다.

출입구에서도 돌아가지 않고 기다리는 팬들이 많았다. 이들은 김 대표와 김경문 감독의 이름을 부르며 "와 안나오노"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선수단과 만난 뒤 야구장을 나서자 또다시 '김택진!'을 외쳤다. 경기 후 훈련을 위해 야구장에 남아있던 김 감독도 팬들의 성원에 밖으로 나와 모자를 벗고 정중히 인사했다.


14일 경남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NC다이노스 창단 및 홈 개막 경기가 열렸다. 구본능 총재가 축사를 하고 있다.
창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2.4.14
팬들은 확 달라진 야구장에도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쾌적한 환경에 쓰레기도 자발적으로 치우고 가는 달라진 모습까지 나타났다. 내년에는 또한번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경기 전 리모델링한 야구장을 둘러 본 박완수 창원시장은 "올 시즌 뒤에는 관중들을 위해 외야석 좌석을, 그리고 선수들을 위해 인조잔디에서 천연잔디로 교체하는 것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팬들의 1군 진입시기에 대한 질문에 "2013년 1군 진입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나가고 있다. 걱정 안하셔도 좋다. 내년에 1군 경기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그는 "마산구장은 시민들이 만든 구장이라고 생각한다. 지원을 아끼지 않은 창원시에 감사한다"며 "구단은 열심히 훈련해 선수 육성에 매진하고, 엔씨소프트는 구단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가장 사랑받는 구단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지금처럼 NC다이노스와 창원시, 그리고 엔씨소프트의 삼박자가 맞물려간다면, 1군 진입은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이날은 구본능 KBO 총재도 마산구장을 찾아 창원팬들의 열기, 그리고 NC의 준비과정을 목격했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던 NC 관계자들도 자신감을 찾는 모습이었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14일 경남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NC다이노스 창단 및 홈 개막 경기가 열렸다. NC의 첫 개막 경기를 보기 위해 많은 야구팬들이 경기장을 찾아 관전하고 있다.
창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2.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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