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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왼손투수 심동섭은 '두 얼굴의 사나이'다.
심동섭은 벌써 시범경기에서 두 차례나 등판했다. 지난 23일 부산 롯데전에 첫 선을 보인 뒤 하루 쉬고 25일 잠실 두산전이었다. 당초 예상보다 훨씬 앞당겨진 등판일정이다. 미국 애리조나 캠프 후반에 어깨 통증이 생긴 탓에 시범경기 막판에나 나올 것으로 보였다. 오키나와 캠프에서는 단 한 차례도 연습경기에 나서지 못한 채 훈련만 했다. 비슷한 시기에 아파서 재활에 들어간 김진우나 한기주, 손영민 등과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들 가운데 심동섭의 회복세가 가장 빨랐다. 재활을 마친 심동섭은 오키나와 캠프 막판에 하프피칭까지 소화해냈다. 결국 심동섭은 '부상병동'에서 가장 먼저 퇴원해 팀 전력에 흡수됐다. 때마침 KIA 선동열 감독이 '왼손투수 부족 현상'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 선 감독은 "실전에서 빨리 보고싶다. 직접 봐야 계산이 나온다"며 심동섭에게 기대를 걸었다.
투구 내용으로 눈을 돌려보자. 심동섭은 2경기에서 총 30개(23일 16구, 25일 14구)의 공을 던져 이닝당 평균 15구를 기록했다. 스트라이크와 볼은 각각 18-12로 나왔다. 마운드에서 타자와 공격적인 승부를 펼쳤다는 증거. 23일 경기에서는 첫 상대인 롯데 리드오프 김주찬을 초구에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냈고, 25일 두산전에서도 첫 상대인 이원석에게 연속 2개의 스트라이크를 꽂아넣었다. 불과 10여일 전에야 재활을 마치고 처음 하프피칭을 소화한 투수라고는 도저히 믿기 힘든 자신감과 배짱이다.
평소 선 감독은 "투수가 마운드에 나오자마자 볼-볼을 던지는 것이 가장 안좋다. 차라리 안타를 맞을 생각으로 던져야 한다"라고 말하곤 했다. "마운드에서만큼은 내가 최고라고 생각해야 한다"고도 했다. 심동섭은 광주일고 대선배이자 자신의 우상인 선 감독의 이같은 지론을 온몸으로 체득한 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그러다보니 더 공격적으로 타자를 맞서게 되고, 자연스레 볼이 줄어든 것이다.
심동섭은 "아직은 완전한 상태라고 할 수 없다. 그래도 두 번의 등판에서 자신감은 얻었다"고 겸손하게 말한다. 하지만, 심동섭이 지금같은 피칭을 이어간다면 분명 올시즌 불펜의 강력한 기둥이 될 임을 예상할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