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구 위주로 공격적으로 던졌어요."
시범경기 첫 등판이었던 지난 17일 잠실 삼성전. 임찬규는 선발로 나서 5이닝 동안 8안타 2홈런 2볼넷을 허용하며 6실점했다. 맞을 만큼 맞았다. 마음을 바꾸게 된 결정적 계기였다.
24일 부산 사직구장. 임찬규는 확 달라진 모습으로 롯데 타선을 상대했다. 4이닝 3안타 1실점. 단지 기록만 좋은 게 아니었다. 공격적인 피칭을 통해 롯데 타자들의 방망이를 쉽게 이끌어냈다. 파울플라이를 포함해 내야플라이가 7개나 나올 정도로 효과도 컸다. 방망이 중심에 맞지 않은 공이 대부분이었다.
자신감 외에도 소중한 깨달음을 얻었다. 임찬규는 자신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지난해 임찬규는 갓 스무살이 된 고졸 신인의 배짱있는 투구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그동안 자신의 장점을 잊고 있었다.
임찬규는 17일 경기서 겨우내 연마한 서클체인지업 및 다양한 변화구를 던졌다. 또한 상대 방망이를 피해 도망가는 피칭으로 일관했다. 안타를 맞지 않기 위해 유인구를 던졌지만, 오히려 볼카운트만 나빠졌다. 불리한 카운트에서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던지면 제대로 얻어맞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투구수는 늘어갔다. 완급조절을 시도했지만, 오히려 투구템포만 늦춰 자신을 옭아매는 덫으로 돌아왔다.
주변에서는 "네 공에 자신감을 가져라",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했다. 이를 이해하는덴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그저 신인 때의 모습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됐다. 임찬규는 '나도 빠른 승부를 할 수 있다'고 마음먹었다. 변화구가 아닌 직구를 앞세워 타자들과 '힘 대 힘'으로 맞붙기로 했다.
결과는 훌륭했다. 스피드건에 찍힌 숫자는 143㎞에 불과했지만, 공이 가진 힘은 그 이상이었다. 배트 중심에 맞은 공은 거의 없었다.
임찬규는 아직 어리다. 하루하루가 배움의 시간이다. 분명한 건 남들보다 학습효과는 빠른 것 같다. 매일 조금씩 변화하는 임찬규가 정규시즌 때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부산=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