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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펜에서 암약하던 언더핸드 스로, 이른바 '잠수함 투수'들이 선발진으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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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국내 야구에서 언더핸드 선발은 점차 사라졌다. 이유는 두 가지 측면에서 뚜렷한 약점이 보였기 때문이다.
우선 하나는 홈런을 많이 허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래쪽에서 위로' 공을 던지는 투구 매커니즘 때문에 어퍼스윙에 강점을 가진 슬러거에게 홈런을 자주 얻어맞았다. 시즌당 평균 10개 미만의 홈런을 내줬던 임창용은 삼성에서 붙박이 선발로 나서기 시작한 2001년에 무려 25개의 홈런을 얻어맞았다. 이듬해에도 24개나 맞았다. 이강철 역시 92년 무려 29개의 홈런을 맞은 것을 비롯해,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했던 10년간 평균 17.2개의 피홈런을 기록했다.
선발로서의 또 다른 치명적인 약점은 좌타자에게 쉽게 당한다는 점이다. 오른손 잠수함 투수의 공 궤적은 왼손타자의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공략하기 쉬운 면이 많다. 공이 손끝에서 출발해 포수의 미트까지 닿는 동안 노출시간이 길어 좌타자가 공의 궤적을 오랫동안 지켜보고 타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오른손 잠수함 투수의 공은 좌타자의 입장에서는 '바깥쪽에서 몸쪽'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덜 위협적이다.
그래서 언더핸드 투수들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선발보다는 불펜에서 많이 나섰다. 임창용도 2004년부터는 다시 불펜으로 전환했고, 2001년 데뷔한 SK 정대현도 붙박이 불펜으로만 활약했다.
그러나, '언더핸드는 선발로 부적합하다'는 고정관념이 서서히 깨질 조짐이 보인다. '투수조련의 달인' 선동열 감독은 이에 대해 "아래로 떨어지는 구종, 즉 싱커나 커브 등을 제대로 구사할 수만 있다면 언더핸드의 약점을 커버할 수 있다. 요즘 언더핸드 투수들은 그런 공을 던질 줄 안다"고 설명했다. 결국 새로운 구종의 개발로 인해 다시금 국내 야구에도 잠수함 선발이 다시 각광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