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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겨울 '빅초이'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걸까.
하지만, 이런 훈훈한 그림 속에는 한 선수가 빠져있었다. 지난 시즌까지 팀의 4번을 맡았던 '빅 초이' 최희섭은 이날 무등야구장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최희섭은 이날 아침 9시쯤 무등야구장을 찾아 선 감독에게 양해를 구한 뒤 한국병원에 입원했다. 몸살감기가 너무 심하다는 이유였다.
컨디션 난조로 훈련을 쉬거나 경기에 나서지 않는 것은 최희섭에게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희섭은 지난 6일부터 서산에서 1박2일로 열린 팀 워크숍에도 불참했다. 새해가 돼서 시작된 팀의 공식 일정에 모두 나타나지 않은 것. 새 시즌을 앞두고 '전설' 선동열 감독이 의욕적으로 주도한 워크숍과 훈련에 모두 불참한 것은 결코 보통 일이라 할 수 없다.
물론, 이 기간에 굳이 광주구장에서 다른 선수들 및 재활군 코치들과 함께 운동할 의무는 없다. 프로 선수인만큼 개인적으로 훈련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면, 그 방법을 택하는 게 맞다. 문제는 최희섭이 과연 개인훈련을 충실히 진행했느냐다.
충실하게 훈련했는지 아닌지 여부는 현재 몸상태로 알 수 있다. KIA 관계자는 "비활동 기간에 최희섭은 서울에서 웨이트트레이닝과 산행을 해왔다. 알아서 몸을 잘 만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누구보다 건장한 체구의 최희섭이 하필 팀의 공식 일정에 몸살로 인해 거동을 못할 정도라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힘들다. 이는 곧 컨디션 조절에 실패했다는 뜻이다. 게다가 또 한 가지. 이날 오전 선 감독을 만나기 위해 광주구장을 찾은 최희섭의 몸매는 시즌 때에 비해 크게 불어있었다. KIA 한 코칭스태프는 "한 눈에 봐도 체중이 많이 늘어난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최희섭이 체중조절에도 실패했다는 증거다.
'빅초이'를 바라보는 'SUN'의 의중은?
최희섭은 지난 시즌 내내 허리디스크와 발가락 미세골절 등 각종 부상에 시달렸다. 지난 6월19일 광주 삼성전 때는 경기 도중 허리 통증으로 그라운드에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가기도 했다. 지독히 불운했고, 부상이 잦았던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부상을 당한 뒤 그에 대처하고 극복하는 모습에서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최희섭은 긴 시간을 회복과 재활에 투자했다. 그런데 이 시기가 길어도 너무 길었다. 부상이 어느 정도 이상 나으면 통증을 감수하고 경기에 나서는 과정이 필요하다. 조 감독은 참고 기다렸지만, 결국 KIA는 간판 4번타자를 지난 시즌 70경기에 밖에 쓰지 못했다.
그러나 이는 과거의 이야기일 뿐이다. 선동열 감독이 전임 감독처럼 기다려줄 가능성은 적다. 올해 첫 훈련에서 선 감독이 강조한 가치는 바로 '희생'과 '헌신', 그리고 '타이거즈의 전통'이었다. 선 감독은 "팀은 어느 한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고 전체를 위한 것이다. 개인 행동을 앞세워 팀워크를 해친다면 누구를 막론하고 그냥 두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새해 첫 공식일정에 모두 개인사정으로 불참한 최희섭이 그냥 넘길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게다가 선 감독은 삼성 시절에도 맺고 끊는 것이 분명했다. 기강을 흐트러트리거나 자기관리에 실패한 선수들에게는 냉정히 돌아섰다. 워크숍과 팀 훈련에 모두 불참한 최희섭을 보며 선 감독이 어떤 결정을 내렸을 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선 감독은 최희섭의 훈련 불참에 대해 "몸상태가 너무 안좋다고 양해를 구해서 허락했다"며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하지만, 최희섭의 애리조나 캠프합류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글쎄요. 앞으로 몸상태를 봐야할 것 같네요"라며 확답을 유보했다. 미국행 1주일을 남긴 시점에서 간판 타자의 캠프 합류가 미확정이라면 이는 그만큼 선수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게다가 선 감독은 올 시즌 4번 후보군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 여러 선수를 언급했지만, 최희섭의 이름만큼은 부르지 않았다. 그만큼 팀내에서 최희섭의 입지는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