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선수단은 지난 3일 대전에서 단합대회를 가졌다. 박찬호 김태균 송신영 등 새식구들이 늘었기 때문에 특별히 모였다.
6일 공식적인 구단 시무식을 앞두고 미리 선수들끼리 모여 우애를 다지자는 취지였다.
서로 신년 덕담을 주고 받으며 분위기가 무르익을 즈음 깜짝 선물이 배달됐다. 케이크 10개였다.
그냥 케이크가 아니었다. 특별히 만들어진 듯 각각의 케이크에 저마다의 메시지가 초콜릿 시럽으로 장식돼 있었다.
한 눈에 봐도 '장인'의 솜씨가 느껴지는 비범한 케이크였다는 게 선수들의 설명이다.
케이크를 장식한 메시지는 영어로 씌어 있었다는 사실을 보더라도 제공자가 박찬호임을 짐작할 수 있다.
처음에 한화 선수들은 어리둥절한 채 웃기만 했다. 영어가 알기쉬운 단어의 문장으로 돼 있는 게 아니고 구호처럼 씌어있어 무슨 뜻인지 선뜻 독해가 안됐기 때문이다.
그러자 박찬호가 "여러분, 전부 좋은 뜻입니다. 올해 우리 모두 한번 잘해보자는 소망을 담았습니다"라는 설명을 했다. 선수들은 한번 더 웃으며 박찬호의 '센스'에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였다.
주장 한상훈은 "식사가 끝난 뒤 디저트로 선수들 모두 한 조각씩 나눠 먹으며 우애를 다졌다"면서 "찬호 형이 이런 선물을 준비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고 증언했다.
이른바 '박찬호 케이크'에 담긴 비밀은 더 쇼킹하다. 케이크를 직접 만든 제작자가 박찬호의 친동생 박헌용씨(37)였던 것이다.
동생 박씨는 야구팬들에게 일찜감치 잘 알려진 인물이다. 한의사다. 박찬호가 미국에서 생활할 때 그림자처럼 형을 보좌하며 건강을 챙겨주고 때로는 벗이 돼주었던 사람이다.
박찬호가 슬럼프를 탈출하기 위한 자극요법으로 처음으로 삭발을 단행했던 1999년 8월. 목욕탕에서 그의 머리를 빡빡 밀어줬던 이가 박헌용씨였다.
2005년 12월 6일 박찬호가 박리혜씨와 하와이에서 결혼식을 올린 이후 처음으로 고국 땅을 밟았다. 당시 박찬호가 먼저 입국했고, 아내 박리혜씨는 이튿날 혼자 들어왔다. 이 때 박리혜씨를 맞이한 이가 형을 대신해 나온 박헌용씨다.
그런가 하면 박찬호가 지난 2006년 장출혈 수술을 한 뒤 국내 팬들이 걱정하고 있을 때 박헌용씨가 형의 쾌유를 돕기 위해 직접 침을 놓고 한약을 제공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랬던 동생이 선망의 직업인 한의사를 때려치우고 베이커리 전문가로 변신, '기인'같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박찬호의 매니지먼트사인 '팀61' 관계자는 "박헌용씨가 지난 2010년 미국생활을 청산하고 대전에 제과점을 차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동생 박씨는 형이 미국생활을 접고 일본으로 진출한 시기에 맞춰 고국으로 돌아온 것이다. 공교롭게도 대전에 터를 잡았는데 형 박찬호가 한화에 입단하는 바람에 또 측근에 머물게 됐다.
결국 한화 선수단은 '박찬호 케이크'로 인해 정성에 놀라고, 동생의 솜씨에 또 놀랐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